[묵상] 그러나.. 천주께서 도와주실 거유! [김영진 신부님]

2006. 11. 8. 오전 8:08:23

글자

 

 

 

어머니, 사랑합니다!

오늘 아침 다 큰 놈이 어머니를 생각하고

나지막이 어머니를 불러 보며 울먹이고 있습니다.

 

어머니!

결코 슬프고 외로워서가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이 저를 지켜 주고 계시다는 감격과 희망에 젖어

행복에 겨워 울먹이는 당신 아들의 표현일 뿐입니다.

 

어머니!

저는 당신의 사랑을 통하여 사랑의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인가

또 숭고한 것인가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어머니가 저를 사랑하고 있다는 이 사실이

저의 삶의 희망이었고 위로였으며 용기였습니다.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지게나 지고 호미나 잡으며 살려고 했던 

철없던 시절의 저에게 모진 매를 드신 것도,

철이 좀 들고 나서 시골의 면서기나 하며 부모님을 모셔야 되겠다고

다짐하던 제게,

"사제의 길이 얼마나 어려운 길이냐! 네 뜻대로 하려무나!" 하시면서도

눈물로 몇 날 며칠을 사시던 어머니의 기도와 정성이

오늘의 저를 만드셨습니다.

 

"이 에미는 신부를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어요.

 신부가 되면 다 컸으니 마음을 놓을 수 있겠구나... 했는데 막상

 신부가 된 후부터 이 에미는 신부를 위해 몇십 배 더 기도하고

 걱정하고 있어요." 라는 말씀을 지금도 하시는 어머니!

 

당신 손가락 한 마디에는 굳은살이 박힐 정도로 묵주를 잡고 성모님께

저를 맡기시며 애원하고 계심을 저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이젠 제 머리도 꽤 희어졌습니다.

이 험한 세상 이길 수 있는 슬기도 배웠습니다.

철딱서니 없던 당신 아들 '영진'이가 나이 40을 바라보면서

사제 서품 10주년 아침 해를 맞고 있습니다.

 

(신부님은 1954년생이시니 올해는 22주년이 되실 것입니다)

 

유혹 많은 세상이라 내일 일은 모르지만,

이제는 어머니께서도 한시름 덜으실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농촌에서, 도시에서, 군대에서, 광산촌에서, 지금은 미국에서 하고 있는

신부 생활이 행여 그릇될세라 밤잠 설치시며 드리시는 기도, 걱정,

오늘만은 거두시고 편히 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머니, 기억나시나요?

죽기보다 가기 싫었던 광산촌으로 가라는 주교님의 명령을 받고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강원도 비포장 도로를 저와 함께 가시면서

 

"신부! 길 잘못 들어선 것 아니우?

 이런 첩첩산중에 무슨 사람이 산단 말이우." 하시던 말씀.

 

이윽고 나타난 시커먼 물과 공기와 집들이 들어선 광산촌을 보시면서

 

"신부! 이 에미가 죄가 많아 신부가 이런 곳으로 오는가 보우." 하시면서

더 이상 창 밖을 내다보지 못하시고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시던 일.

 

저도 눈물이 나와 몰고 가던 차를 세우고 차창 밖을 내다보고 있노라니,

어머니는 제 손을 잡고 이렇게 위로하셨지요.

 

"그러나... 천주께서 도와 주실 거유!"

 

어머니! 당신의 기도 덕분에 천주께서 저를 지켜 주고 계십니다.

어머니! 당신 사랑 때문에 철없고 나약했던 제가 용기와 희망의 삶을

뚜벅뚜벅 잘 가고 있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 서품 10주년 아침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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