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6주간 수요일 2007. 2.14.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 되지 않는다 - 하성호 신부님

2007. 2. 15. 오전 9:20:38

글자

연중 제6주간 수요일 2007. 2.14. (창세 8,6-13.20-22/ 마르 8,22-26)

 

독일어를 배우기 위해 뮨헨에 있는 예수수도회(동정성모회)에서 방학을 보내면서 매일 아침 수녀원 미사를 드리는데 수요일만큼은 이웃 병원에 근무하시는 신부님과 함께 미사를 드렸습니다. 그 신부님은 원래 개신교 목사님이셨는데 교통사고를 당해 일주일 동안 완전 혼수상태로 있다가 일주일 만에 깨어나셨는데,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도 없이 치료가 끝나자마자 로마 그레고리오 대학 신학부에서 신하공부를 다시 하여 가톨릭 사제가 되었습니다. 그 죽음의 혼수상태가 그에게 무슨 시간이었는지는 그분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놓았습니다.

 

신앙은 죽음을 넘어 부활로 나아가는 삶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입니다. 죄의 생활에 죽어야 하고, 인간적인 욕망에 죽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로 부활하여야 합니다. 어둠의 세계에 죽어야 하고 빛의 세계로 부활하여야 합니다. 자기만을 위한 이기주의에 죽어야 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부활하여야 합니다. 쾌락에 죽어야 하고 고통 받는 그리스도와 고통을 나누는 삶으로 부활하여야 합니다. 오늘날의 세계는 자기가 살아야 되겠다는 일념 때문에 남을 마구 죽이고, 남의 인권을 짓밟고, 남을 이용하는 무서운 세상입니다. 돈 때문에 피바람을 이루고 원수가 되는, 나쁜 사랑 때문에 싸우고 자식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나쁜 세상입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라고 하신 그리스도를 외면합니다. 세속에 길들여진 나를 갈기갈기 찢어야 하고, 나를 죽이지 않고 그리스도로 부활할 수가 있겠습니까?

 

노아가 사십 일 동안 방주 안에서 무엇을 하였겠습니까? 사십 일이 지난 뒤에 처음으로 방주의 창을 열었다고 하였습니다. 사십 일에 대한 이야기는 성경에 가끔 등장합니다. 모세가 높은 산으로 올라가 밤낮으로 사십 일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지냈고, 이스라엘 백성은 사십 년을 광야 생활을 하였고, 예수님도 밤낮 사십 일을 단식하셨습니다. 사십이라는 숫자는 가득함을 드러내는 숫자입니다. 사십 일 혹은 사십 년을 통하여 완전히 자기 죽음을 받아들임으로써 죽음 너머에 있는 주님과 함께 하는 새로운 세계에로 넘어 들어갔습니다. 이런 사건을 우린 파스카의 사건이라 하고, 우린 그 사건을 매일 살아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아직 우리에겐 너무나 미진하다는 생각을 솔직히 하게 됩니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 되지 않는다.”는 속담이 이때 적절할 것입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여야 합니다. 이기주의는 모든 죄의 근원입니다. 노아가 사십 일 동안 방주에서 무엇을 하였겠습니까? 신천지를 향한 간단없는 자기 죽음의 피정을 하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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