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우리 편 - 장재봉 신부님

2006. 11. 6. 오전 10:07:14

글자

연중 제31주일 2006.11.5.

 

 

 마르코 복음 12장 28ㄱㄷ-34절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예수님은 우리 편     장재봉 신부
우리는 오늘 모세와 예수님의 이중창을 듣는 것 같습니다. 두 분께서 똑같이
“이스라엘아, 들으라”고 말씀하시니까요. “목이 뻣뻣한 백성”(신명 9,6).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처럼 애가 타는 모세의 심정을 알아차려서 그 말대로
하느님을 따랐더라면 세계의 역사는 전혀 새로웠을 것입니다(이사 48,18 참조).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들이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이미 천국일 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기에,
이웃을 사랑하는 일은 또 얼마나 힘이 들기에 모세의 절규를 들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이나, 매일 예수님의 호소를 듣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은 매 한 가지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예수님의 말씀은 좋지요’라면 그만이고
‘예수님 말씀은 맨날 그 말이 그 말’인 것으로 여기기 일쑤입니다. 하물며 “어떻게
인간이 그 말씀대로 살 수가 있느냐” 하는 얘기를 사람 좋은 얼굴로 내뱉기도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그렇게
터무니없는 것일까요? 마음을 다하지 못하고, 목숨을 다할 수 없으며,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을 사랑할 수 없는 우리를 위하신 하느님의
배려가 이렇게 깊으신데, 어떻게 우리들이 하느님 외의 다른 것을 더 사랑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내 삶의 행위를 통해 하느님께 바치는 ‘감사의 찬미’는
오늘 율법학자의 슬기로운 답변보다 월등할 것입니다.
 사랑은
가슴 시리도록 눈부신 가을이 물처럼 흘러가고 있는 게 아쉬워 올케랑
단둘이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한 날!
인사동 찻집 안으로 들어섰을 때, 올케는 도톰하고 보드라운 털실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목도리 짜요. 그이 주려구요” 하며 털실과 대바늘을
주머니에 담는 올케의 살뜰한 모습에 빙그레~ 웃음이 새나왔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사랑해~!”라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말한 것처럼 들려올 때가….
얼마 전, 조그만 유리병 하나를 품에 안으며 “이 유리병,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씻어서 준거다. 나 이거 오래오래 평생 간직할거야~” 하는 친구의 수줍은
모습에서도 그 사람에게 “사랑해~!”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어느 해 겨울이었던가. 우리 가족과 큰고모네 식구들이
오랜만에 옹기종기 모여 어느 국수 전문점에서 우동을 먹던 밤이었다.
김이 솔솔 피어오르는 우동이 나오자 사촌 언니가 자신의 유부를 건져
내 우동 그릇 위에 올려놓으며 “우리 양희 유부 좋아하지~”라고 하자
온 식구들의 우동 그릇 위에 있던 유부들이 몽땅 내 우동 그릇으로
옮겨 왔을 때에도… 그처럼 전해 왔던 것 같다.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사랑하는 이와 사랑받는 이는 ‘한 영혼’이라 했다.
그러니 굳이 “사랑해~!”라고 크게 소리쳐 말하지 않아도 그 무언의 고백을
우리는 알아들을 수 있으리라. 마음과 눈을 열고만 있다면
백 개든 만 개든 찾아지리라. 사랑은 입을 다물고도 말을 한다 했으니까.
권양희 |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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