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연중 2주간 목 - 아파본 적이 있으십니까? - 이찬홍 신부님

2007. 1. 18. 오전 9:21:54

글자

다해 연중 2주간 목 마르코 3, 7-12- 아파본 적이 있으십니까?

 


크게 아파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사람이 병에 걸리면 병을 치료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을 합니다.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근 7년 가까이 허리가 아파 고생을 했습니다.
그 때, ‘사람이 이렇게 치사하고 간사할 수 있구나... 낫기 위해서라면, 살인을 빼고는 못할 것이 없겠구나...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22세 쯤, 방위병 야간 근무가 힘들었는지 갑자기 허리가 아파 고개를 숙이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습니다.
물리치료, 침으로 치료를 해 보았지만, 상태는 점점 심해져 갔습니다.
보다 못한 어머니께서 ‘개똥물이 허리에 좋다고 하더라, 개똥물 해주느냐?’고 말씀하시자, 아직 덜 아파서 그런지, ‘무슨 개똥 물마심! 개똥물 먹엉 나슨덴 해도, 먹을 것이 없어서 개똥물 먹음니까? 그냥, 주냉이 잡아그네 술담강 먹윽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지네 잡는 것을 그만 두었지만, 허리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아무도 몰래 지네를 잡으러 가서 20마리 정도 잡고는 누가 볼까 주위를 살피며 돌아왔습니다.
그냥 술보다는 고량주가 더 효과가 좋다는 말을 들어서 고량주 두병을 사다가 지네를 담고 한달을 기다렸습니다.
한 달 간 숙성(?)을 한 후, 지네 담근 술을 마셔보았지만, 이 또한 아무 효과가 없었습니다.

허리 병을 치료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 수단을 사용해 보았지만, 병이 더 심해지자, 어쩔 수 없이 어머니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니, 나 해줍써 먹어보쿠다. 겅헌디 그물 먹으믄 허리가 낫으카예!’

어머니께서는 ‘너 하르방도 일허당 갑자기 허리가 삐끗 허난, 개똥을 물에 삭삭 저성 먹엉 나았져!’ 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어머니께 말씀을 드리며 사람이 참 나약하구나... 몇 달 전만해도, ‘어떻게 개똥 물을 먹음니까? 그냥 아팡 말주...’ 라며 큰소리 쳤었는데, 그 기백과 패기는 어디로 가버리고 개똥 물을 해달라고 청하다니... 그것도 어머니가 해 주겠다는 것을 마지못해 ‘네’ 라고 답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개똥 물 해줍써!’ 라고 말하는 저 자신을 보며 쓴 웃음이 나왔습니다.

사실, 개똥을 약으로 만드는 데는 많은 정성이 들어갑니다.
개똥을 주어다가 말린 후에, 프라이팬에 튀긴답니다.
그렇게 튀긴 후에, 헌 겁에 싸고 물에 담갔다가, 탕약을 짜듯 물을 받아 내었다가, 새벽 4시에 지붕위에 올려놓고 새벽이슬을 맞게 한 다음, 마셔야 약효가 좋답니다.
저도 이런 방법을 한 후에 개똥 물을 마셨습니다.
개똥물이 얼마나 역하던지, 마시다가 올라오는 것을 참아 가면 마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개똥 물을 마셨는데, 어떻게 된 것 같습니까?
나았을까요? 낫지 않았을까요?
만약, 그래서 나았다면, 모든 한의원, 허리 병을 치료하는 병원은 문을 닫았을 것입니다.
마신 후에, 허리가 쉭쉭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어머니의 말씀처럼 허리 병에 특효약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 후에도 심하진 않았지만, 계속 허리가 좋지 않았습니다.
자세 교정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고, 또한 신학교 4학년 때, 성령 세미나를 받을 때, 허리 병의 은사를 청했는데, 그 때, 치유의 은사를 받아서인지 씻은 듯이 낳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고질병을 앓고 있는 분들의 심정이 어떠한지 잘 압니다.
남들 보기에는 꾀병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환자는 그렇게 보여서 더 힘들고 짜증난다는 것을 잘 압니다.

복음에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아 몰려듭니다.
갈릴레아, 유다와 예루살렘, 이두매아와 요르단 건너편, 티로와 시돈 근처에서 큰 무리가 예수님을 만나려 하지,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타실 배를 준비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십니다.
예수님께서 많은 사람이 병을 고쳐 주셨으므로,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은 누구나 그분에게 손을 대려고 밀려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많은 지방에서 온 병자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다 해보았을 것입니다.
그랬지만, 아무 소용이 없자, 진정 마지막 심정으로... ‘개똥 물 해줍써!’ 라는 마음으로 예수님을 찾아왔을 것입니다.
‘예수님만 만나면...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대가만 하면 나의 병이 나을 것이다.’는 그런 간절한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마지막이라는 간절함을 갖고 예수님을 찾아 왔기에 예수님께서도 병자들의 아픔을 하나하나 치료해 준 것입니다.

예수님 친히, 약한자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셨고, 도망자의 신세가 되어 보았으면, 광야에서 마귀의 유혹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으셨기에, 그 누구보다도 병자들의 마음과 고통을 이해하며 따뜻하게 대해주며 치료해주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믿는 예수님께서는 삼위일체중 한 위격이신 하느님이십니다.
분명히 우리 인간과는 다른 완전하신 분이십니다.
그러나, 그러한 전능하신 하느님이시지만, 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똑같은 모습, 마음, 생각으로 사셨습니다.

먼저, 고통을 겪으셨기에 우리의 고통의 의미와 아픔을 이해하시는 분이십니다.
먼저, 유혹을 받으셨기에 유혹이 얼마나 달콤하고 매혹적인지 잘 아시는 분이시기에, 우리가 유혹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십니다.
먼저, 여러 번 넘어지고 피눈물을 흘리셨기에, 우리가 넘어질 때 일으켜주시고, 눈물을 흘릴 때, 눈물을 닦아 주시는 그러한 인간적이신... 우리 인간과 똑같으신 분이십니다.

우리는 초월적이고 전지전능하신 하느님만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친구요, 형제요, 아버지, 어머니 같은 하느님을 믿으며 살아갑니다.
그 옛날 육체적, 정신적, 심리적인 병, 장애를 갖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았듯이, 우리도 늘 그분만을 찾고 그분만을 의지하며 살아가도록 합시다.

우리 친구이신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개똥이 필요한지, 의사가 필요한지, 기도가 필요한지 우리보다도 더 잘 아시는 분이십니다.
그 때 그 때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은총을 내려주시는 분이십니다.
용하다는 도사(?)를 찾아다니며 돈,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주님께서 내려주시는 은총을 잘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신앙인의 모습에 어울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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