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주간 수요일/사제 그는 누구인가 - 하성호 신부님

2007. 1. 18. 오전 9:19:39

글자
연중 제2주간 수요일(히브 7,1-3.15-17/ 마르 3,1-6)

언젠가 산에 갔다 내려와 칼국수 집에 들렀는데 옆에 대여섯 사람 정도가 역시 칼국수를 먹으며 자기들이 아는 신부들을 반찬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반찬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일본 성지순례를 갔을 때 안내자는 사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사제가 없는 가톨릭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고 하였습니다.

사제들은 공문서를 작성할 때에 직업란에 “신부”라고 적는 것을 참 많이도 괴로워합니다. 하지만 우리 신자들까지도 때로는 신부를 직업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제가 직업이라면 언제든지 사표 던지고 그만 둘 수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제들은 아무리 자신이 엉터리로 살아도 주님 앞에 괴로워하며 사제로 생을 끝마치게 해 달라 기도합니다. 왜냐하면 직업이 아니라 자신이 사제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제 그는 누구인가, 모든 것인 동시에 그대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글이 있습니다. 그리스도 때문에 전부인 동시에 그리스도 때문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사제는 사람 앞에 주님을 현존시켜야 하고, 주님 앞에 사람들을 현존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그리스도의 몸이 되어 사람들에게 먹혀야 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죄의 십자가를 걸머메고 주님께로 나아가야 합니다. 참으로 사제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이요, 그리스도 때문에 아무 것도 압니다.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바라보라 했습니다. 사제가 가리키는 그리스도를 바라보십시오. 자꾸만 사제를 욕하고 싶거든 먼저 나는 나의 수입의 십분의 일을 사제에게 바치고 있는 가부터 반성해 보십시오. 성경의 백성이 가장 좋은 것으로, 오늘 독서에는 전리품이라고 했습니다만, 십일조를 사제에게 바친 것을 보면 한 편으로는 사제직이 그렇게 중요한 것도 있겠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사제직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사제를 바라보는 것과 사제가 사제를 바라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제의 눈에는 주님의 십자가가 더 많이 다가옵니다.

오늘 독서는 멜키체덱의 사제가 예표가 되었던 영원한 대사제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말씀합니다. 예수님은 영원하신 대사제로서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유일한 중개자이셨지만, 당신의 직분을 십자가의 희생제사로 수행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며 사제는 자신이 그리스도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사제로 살고 있느냐를 반성하게 됩니다. 교우들은 사제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사제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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