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주간 목요일> 거기에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 이기양 신부님

2007. 1. 18. 오전 9:17:29

글자

<연중 제2주간 목요일>              거기에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제 1독서 : 히브 7,25―8,6 (당신 자신을 제물로 바치심으로써 한 번에 다 이루신 것입니다.)
복    음 : 마르 3,7-12 (더러운 영들은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하고 소리 질렀고,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이르셨다.)

 

   예수님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는 듯합니다. 예수님이 계시다는 소문에 갈릴래아에서 많은 사람들이 따라왔고, 유다와 예루살렘과 이두매아와 요르단 강 건너편 사람들이며, 티로와 시돈 근방에 사는 사람들까지도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몰려옵니다. 더러운 악령들까지도 예수님 앞에 엎드려 절하며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마르3,11)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군중들을 피하시고, 악령들에게는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마르3,12)고 엄하게 명령하셨습니다. 알리지 말라는 명령은 여기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예수님께서는 많은 병자를 고쳐 주신 후 병자들에게 자기 일을 입밖에 내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갖가지 질병을 앓는 많은 사람을 고쳐 주시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셨다. 그러면서 마귀들이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마르1,34)
   또 마르코 1장 40절 이하에서는 나병환자를 고치신 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다만 사제에게 가서 보이도록 하라고 엄하게 이르셨습니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네가 깨끗해진 것과 관련하여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마르1,44)
   왜 예수님께서는 몰려드는 군중들을 피하려 하시고 또 악령들에게는 당신을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명령을 내리셨을까요? 우리 생각에는 하느님의 일을 하시면서 온 나라에 소문이 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많은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알리지 말 것을 엄하게 명령하셨습니다. 무슨 이유에서 그리하셨을까요?

   그 이유는 사람들이 기적의 참뜻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아온 이유는 하느님의 권능을 깨달아서가 아니라 병을 고쳐 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병이 낫고 싶은 병자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예수님을 만지려고 들었습니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후에 많은 군중들이 찾아오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요한6,26-27)
   또 수없는 기적을 목격한 바리사이들이 기적의 참뜻을 깨닫지 못하고 또 다른 기적을 요구하자 예수님께서는 탄식하시며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마르8,12)하시고는 그들을 떠나버리십니다.

   예수님께서 함구령을 내리신 이유는 백성들이 기적의 참뜻을 깨닫지 못하고 인간적인 빵에만 매달릴 것이 염려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과연 이들은 3년 동안 예수님을 쫓아다니며 여러 기적을 목격했지만 기적을 통해서 드러난 하느님의 권능을 깨닫지 못합니다. 인간적인 기대로 시작한 접근은 끝까지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지요. 구름같이 몰려들었던 사람들은 인간적인 기대가 충족되지 않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 지릅니다. 결국 예수님은 따르던 사람들에 의해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제자들 역시 인간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실망하여 흩어져 버립니다. 이러한 한계는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서 극복되고, 성령에 의해서 결실을 맺게 됩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성당을 처음 찾을 때는 하느님을 알고 오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적인 호기심과 막연한 기대심으로 출발해서 차츰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것이지요. 세월이 흐를수록 인간적인 호기심과 기대는 하느님께로 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소한 것에 실망하거나 게을러져서 냉담을 하게 되지요.
   때로 믿음보다 인간적인 것만을 좇아 바리사이들이나 예수님 시대의 군중들보다도 더 무섭게 신앙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판단하고, 스스로 하느님의 자리에 서려는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신앙의 연륜이 쌓일수록 인간적인 것보다는 하느님께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나도 모르게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은 바리사이들이나 어리석은 유다인들의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오늘 예수님의 함구령은 우리에게도 해당될 수 있습니다. 인간적인 기대나 호기심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분은 본당 신부도, 수녀도, 사목위원도 아니고 또 직책이나 재력, 신분도 아닌 오로지 하느님 한 분뿐임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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