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신설된 능주 공소에서 지낸 지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 공소는 실제로는 이번에 처음으로 신설된 곳이 아니라 이미 40년 전에 세워졌다 1996년에 폐쇄되었던 아픈 역사를 지닌 곳입니다. 공소문을 새로 연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할머님이 신자들과 함께 작은 돌기둥 하나를 수레에 싣고 들어왔습니다. 언듯 보기에도 금방 세탁비누로 박박 문지러 가지고 가져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그 작은 돌기둥은 공소가 처음 생겼을때부터 있던 성수 받침대였습니다. 다른 곳에서 얻어 온 것이기에 이미 40년을 훌쩍 넘은 것이었는데, 16년 전 공소가 폐쇄되면서 이리 저리 굴러다니던 것을 그 할머님께서 집에다 보관해 오고 있다가 공소가 다시 문을 열자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지금 그 성수 받침대는 신설된 능주 공소의 입구에 놓여 있습니다. 역시나 볼품없고 빛바랜 모습이긴 하지만 공소문을 드나들 때마다 묘한 감정이 듭니다. 진정 세상을 이긴 것은 누구일까? 생각해 봅니다. ‘내가 아니라 너 볼품없는 작은 돌기둥인가 보다.’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합니다. 그 작은 돌기둥은 40여년을 훌쩍 넘어서, 그리고 16년간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천덕구러기가 되었다가 이제 자기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요한 사도는 “세상을 이기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하고 묻습니다. 폐쇄된 공소가 다시 문을 열 때까지 볼품없는 작은 돌기둥을 성수 받침대라고 해서 지켜온 할머님의 마음이 세상을 이기는 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믿었기에 자녀들이 집안 한 귀퉁이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돌기둥을 갖다 버리자 해도 내가 죽거든 갖다 버리라며 완고하게 지켜온 마음이 세상의 가치를 이기는 힘이겠죠. 그리고 그러한 마음과 믿음이 가진 사람들이 오늘 요한 사도가 말하는 하느님의 아드님을 믿고 자신의 신앙을 굳건히 살아가는 하느님의 자녀이고, 세상을 이기는 사람이라고 확신합니다. 오늘도 성수 받침대는 공소를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죄사함의 거룩한 물을 제공하며 우리들을 하느님의 성전에 초대합니다. “주님, 당신을 향한 그 사랑을 기억해주소서. 아멘.” |
세상을 이기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 이회진 신부님 /2007.01.06
2007. 1. 6. 오전 9: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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