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마리아, 요셉 성가정 축일 강론 /예수님의 슬기로운 답변 - 이기양 신부님

2006. 12. 31. 오후 2:48:10

글자

예수, 마리아, 요셉 성가정 축일 강론


복음 : 루카 2,41-52


찬미예수님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성전에서 율법교사들과 대화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 예수님의 나이는 열두 살이었습니다. 그리고 성전에 있던 율법교사들은 이스라엘에서 최고라고 여겨지던 학자들이었습니다. 복음은 율법교사들과 예수님이 서로 묻고 답하였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예수님의 말씀을 듣던 이들은 모두 예수님의 슬기로운 답변에 경탄하였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최고의 율법교사들을 경탄하게 만든 열두 살 예수님의 답변은 과연 어떤 답변이었을까요?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성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였던 것일까요? 전능하신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였을까요?


성서는 율법학자들이 예수님의 슬기로운 답변에 경탄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슬기는 사물의 이치를 밝혀 시비를 가리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해 내는 재능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슬기는 어떤 방대한 지식이나 학식을 가져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밝은 이성과 사고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가능한 것입니다.


열두 살 아이였던 예수님은 열두 살 나이에 맞는 지식을 가지고 계셨을 뿐이었습니다. 다만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달랐던 점은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할 줄 알았던 것뿐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셨지만 하느님의 능력을 쓰지 않으시고 인간의 기준에 맞춰 우리와 함께 생활하셨습니다. 이는 우리도 예수님처럼 살 수 있음을 증거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또한 우리에게 하느님의 진리는 방대한 지식이나 학식에서 나오는 것, 일반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열두 살 어린이조차 알 수 있는 지식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마태오 복음 11장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 기도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 드립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하느님의 뜻과 진리는 어려운 학문이나 지식, 지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철부지들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우리 곁에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 감추어진 것처럼 우리 스스로 우리의 눈을 가려서 하느님의 진리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느님의 뜻에 다가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세상의 모든 지식에 통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뜻대로 살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올바로 보는 슬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슬기롭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사흘 만에 성전에서 자신을 찾아낸 성요셉과 성모님이 예수님께서 자신이 아버지 집에 있는 줄 몰랐냐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우리가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부모 같았으면 회초리를 들고 종아리를 때릴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신 성모님의 모습에서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뜻을 마주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뜻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아야 합니다. 마음속에 간직하고 산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으니 그냥 마음에 묻어두고 잊어버리라는 뜻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해서 기도하고 고민하며 하느님께 맡기고 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세상에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만약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매달리거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만이며 만용일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느님께 맡기고 의지하는 겸손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할 일을 다 하고 겸손하게 하느님께 의지할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삶 안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와 힘을 주실 것입니다.


오늘은 2006년 달력의 마지막 날입니다. 마지막 날의 저녁은 가족과 함께 지난 일년을 돌아보며 우리가 슬기롭게 살아왔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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