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성탄 팔일 축제 내 제 6 일./한나를 본받으십시오 - 조성호 신부님

2006. 12. 30. 오전 9:56:53

글자

다해 성탄 팔일 축제 내 제 6 일.

2006. 12. 30.

토평동.

1요한 2, 12-17.

루카 2, 36-40.

시메온은 의롭고 경건한 사람이지만, 한나에게는 예언자라는 칭호를 붙여주고 있습니다. 신약성서에서 나오는 과부 중에 유일하게 이름이 거명되고 있는 만큼 중요한 인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언자치고는 할당부분에 대해 홀대를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메온은 단 한 번의 예언으로 그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여인은 언제나 그랬듯이 성전에 남아 메시아로 오신 아기 예수에 대해서 전합니다. 그 음성이 성전에 울려 퍼집니다. 우리는 그 장면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어쩌다가 한 번 히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주님에 대해서 증거하고 있는 모습, 바로 우리가 본받아야 하는 모습입니다.

초대 교회 안에서 오리게네스는 덕스러운 여성의 본보기로 이 한나를 지목했습니다. “여자들이여, 한나를 본받으십시오, 만일 여자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산다면 좋은 것이지만, 그럴 수 없어서 결혼을 하게 된 경우 남편을 잃게 되면 그냥 과부로 지내십시오.”

한나.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이 여인은 행복한 여인이 아니었습니다. 결혼한 지 7년 만에 남편과 사별해야 했던 여인, 약 60여 년을 혼자 산 이 여인은 모든 것을 잃은 것과 같은 삶이었을 것입니다.(물론 이 84세 라는 나이를 그가 과부로 지내온 나이로 보기도 한다. 84는 12×7. 그의 메시아를 기다리는 세월이 끝이 났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신약성서가 그를 여자 예언자로 칭해주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그녀가 남편을 잃은 이후 성전에서 살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녀가 신부 수녀처럼 성전에서 살았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럴 수도 없었죠. 자신이 어려움 가운데 있으면서도 주님께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주님만을 바라는 삶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주님을 기다리죠. 기다리는 삶이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그런데 그 기다림이란 벼르고 벼르는 삶이 아니라 온전히 맡기는 것입니다. 내게 생겨나는 욕망을 자신의 힘으로 기를 쓰고 애쓴다면 그것은 신앙이 아닙니다. 자신의 힘으로 누르고 누른다고 해서 주님을 따르는 일들이 해결될 리가 없습니다. 주님께 내맡기면서 살아야 합니다.

한나는 그러한 삶을 사는 동시에 성전을 찾는 이들을 위로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이 여인의 감사하는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 귀감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 자신이 지치고 낙심하기 쉬운 처지에 있었기에 다른 이들을 위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그러나 한나는 주님에게서 힘을 얻을 수 있었고, 그 힘으로 다른 이들을 위로할 수 있었습니다.

늙은 시메온이나 늙은 한나. 그들의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 아닙니까? 우리는 너무 조바심을 냅니다. 당장에 무엇인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당신을 믿지 않겠다고 하느님을 협박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 신앙의 인간들을 보아야 합니다. 그들의 기다림을 배워야 합니다.

어쩌면 늙어가야 주님을 만나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어떤 사람은 청춘을 돌려다오~하면서 노래할지 모르지만, 콩깍지 파랄 때는 열매가 없는 것입니다. 콩깍지가 노래질 때 말라비틀어지면, 알맹이가 절로 튀어 나오죠. 겉모습은 늙어갈지 모르나 영혼은 날로 새로워지는 것, 그것을 한나는 보여줍니다. 오히려 한나의 연로함이 그의 증언을 신빙성이 있게 합니다. 그가 그토록 오랫동안 하느님을 섬겼다는 것은 그의 깊은 열정을 느끼게 하고, 사람들은 그의 증언을 주의 깊게 듣게 됩니다.

너무 지치고 힘든 일, 나의 삶을 너무 힘들게 합니다. 아마도 이 한나의 삶을 보면서 그렇게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성당이 밥 먹여줘? 그러나 우리가 믿는 예수님도 그랬습니다. 그분께서는 잃었던 사람을 찾으려고 나쁜 평판도 감수하셨습니다. 좋은 소리만 들으려고 했다면 그분께서 그런 소문들을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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