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찐한 감동이...[ 까만사제 ] /2006.12.29

2006. 12. 30. 오전 9:48:42

글자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새삼스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는 것조차 염치가 없지만 어르신의 놀라우신 마음에 저 또한 이렇게 슬프지만 가슴 아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용기를 냈습니다.”

찐한 감동이 전해옵니다. 몇 년 전 우리 사회를 놀라게 했던 연쇄 살인 사건! 그 사건의 주역인 철이가 진심으로 회개하는 마음으로 쓴 편지입니다. 그 또한 우리의 자식이요, 우리의 남편이며 우리의 식구입니다. 그를 이렇게 변하게 한 것은 한 어르신의 정성과 사랑이었습니다. 철이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어르신의 가슴 시림이 저에게도 느껴질 정도로 저의 외로움을 염려해주시고 배려해주신 어르신의 거룩함에 이 못난 인간 그저 면목 없어 고개만 숙여지고 눈물만 흘립니다.”

어르신의 거룩함! 바로 주님의 탄생이 갖는 거룩함입니다. 주님의 탄생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를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염려해주시고 배려해주시는 주님의 사랑과 정성입니다. 철이를 변화시킨 어르신의 정성과 사랑이 바로 주님의 탄생의 작은 표징입니다.

주님의 탄생은 한 번 기억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주님의 탄생은 실패입니다. 끊임없이 우리의 삶에서 이어져야 합니다. 우리 신앙의 삶은 바로 주님의 탄생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주님이 나를 위해 동반자가 되시고, 어려운 삶에 함께 동행해주신다는 사실! 주님의 거룩한 탄생이 바로 나에게 주는 소중한 선물입니다. 어르신 또한 힘든 상처를 지니신 분이셨습니다. 그러난 주님의 탄생의 은총은 그 상처를 극복하고 승화시켰습니다. 철이는 편지에서 이렇게 표현합니다.

“어르신께서 그토록 따뜻한 분이셨기에 사모님은 마지막 순간까지 어르신을 부르셨다는 사실이 지금에 와서야 조금이나마 그 심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회에 대한 앙갚음이 목적이었던 저의 바보 같은 분노의 희생양이 되셨던 할머님, 사모님 그리고 저와 동갑내기였던 아드님의 모습까지 요즘 들어 부쩍 꿈속에 자주 나타납니다. 감히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어르신이 철이를 사랑하고 정성을 다하신 것은 단순한 측은지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닙니다. 어르신 또한 깊은 상처를 딛고 일어서신 것입니다. 일어서실 수 있었던 것! 바로 주님의 강생의 은총이라 믿습니다. 어머니와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아들을 졸지에 잃은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끝까지 함께 해주시는 주님의 배려와 정성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탄생은 바로 우리 신앙의 꼴을 갖추는 기본 골격입니다. 주님의 탄생은 우리 신앙의 색을 내주는 기본색입니다. 작지만 큰 힘을 주시는 영적인 힘의 원천입니다. 주님의 탄생을 제일 먼저 목격한 목동들에게 천사들은 이렇게 전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루카2,10-12)

주님의 거룩한 탄생을 기뻐하며 그 은총이 우리 삶에 이어져야 함을 다짐해봅니다. 탄생의 거룩함이 이어지기 위해 우리를 주님께 영광을 드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흔히 우리는 ‘주님께 영광을 드린다’는 고백을 하게 되는데, 그 영광은 나의 삶의 중심을 주님께 두는 것입니다. 또한 무엇이 주님의 마음에 드는 지를 매 순간 헤아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속적이나 일상적인 일이나 번민에 메이지 말고, 주님께서 이끄시는 일에 감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주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입니다. 천사들의 찬미는 바로 그 점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축일 전례 때에 대영광송을 통해 그 점을 확인하게 됩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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