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이름은 요한’
-김정용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장)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은퇴 후 산에 들어가 조용히 사는 어느 유명한 학자는 사람은 죽은 후에 이름을 남길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름을 남겨야겠다는 욕망이 인간의 삶을 그르치는 원인 중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새겨들어야 할 말입니다. ‘요한’이라는 이름을 묵상해 봅니다. 요한이라는 이름은 무엇보다 ‘핏줄의 인연을 끊음’을 의미합니다. 엘리사벳이 아들을 낳았을 때 이웃과 친척들은 아기의 이름을 아버지의 이름을 따라 즈카르야라고 지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은 주님의 천사가 알려준 대로 아기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짓습니다. 요한이 태어나서 죽기까지 한평생 핏줄의 품을 떠나 ‘주님의 손길’ 속에서 자라고 ‘주님을 찾는 이’(루카 7,18-19 참조)로 머물렀던 사람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그의 이름 요한은 세상에 속해 있음이 아니라 하느님께 속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이름입니다. 요한, 그 이름은 ‘광야의 소리’이기도 합니다. 그것도 자신의 명성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의 구원을 알리는 소리입니다.(루카 3,4-6) 요한은 황량한 광야 같은 세상 한가운데서 구원을 알리는 소리가 되어 따뜻함을 전해줍니다. 하느님의 온기가 그를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루카 1,66 참조) 그분의 소리는 과연 광야의 냉혹함을 깨고 흐르는 따뜻한 기운이었습니다. 그분의 소리는 예언적이었지만 자비로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완고한 소리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요한, 그 이름은 ‘주님의 뒤로 물러남’ 혹은 ‘주님을 위해 기꺼이 끝자리를 마다하지 않음’을 말해주는 또 다른 메시지입니다.(마르 1,7;마태 3,14 참조) 그의 이름은 자기 과시와 자기 도취에 곧잘 빠지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합니다. 요한, 그의 이름은 다만 주님의 길을 닦는 소박한 일꾼으로 살다가 마침내 죽어 흔적 없이 사라진 이의 이름입니다. 요한이 죽은 뒤에 남긴 것은 자기 이름이 아니라 하느님의 이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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