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대림 제 3 주간 금요일(12월 22일)/나는 어느 편에 서 있을까요? - 조성호 신부님

2006. 12. 23. 오전 9:58:04

글자

다해 대림 제 3 주간 금요일(12월 22일)

2006. 12. 22.

토평동.

1사무 1, 24-28.

루가 1, 46-56.

오늘 독서의 한나와 복음의 마리아는 닮은 점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우선 닮은 것은 주 하느님께 자신을 의탁하는 신앙이 있다는 것이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에도 지속적인 의탁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를 보십시오. 원하는 것을 얻고자 기도를 내내 하다가도 얻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주님을 외면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습니까?

“저는 아이 때문에 기도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주님께 바치기로 했습니다.”(1사무 1, 27-28)

바랄 줄 알며 바라는 것을 얻은 한나는 주님께 얻은 것을 바칠 줄 아는 여인입니다. 마리아 역시 자신이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기꺼이 응답하며 아이를 받아들였고, 아이를 아버지 하느님께 봉헌했습니다. 주 하느님을 향한 자신들의 마음이 한나의 노래와 막니피캇에 드러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비천함을 노래하고 있는 이 둘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한나는 그야말로 자신에게 이루어지지 않은 비천함(아이가 없음)이었고, 개인적 비참함이 아이를 가짐으로써 해결됩니다. 그러나 비천함을 돌보셨다고 노래하는 마리아의 비천함은 개인의 비천함이 아니라(처녀인 마리아가 그 자체로 어떤 비천함이 있겠는가?) 하느님을 믿는 이들의 비천함을 대표하는 것입니다. 무엇인가 얻고자 해도 얻지 못하는 이들을 대표하는 마리아 역시 아이를 가짐으로써 해결되는데, 이것은 개인의 해결이 아니라 하느님의 백성의 해결이라는 것이죠. 즉 아기 예수의 탄생으로 모든 이들의 기다림이 해결되었다는 것이죠. 그분께서 구세주이시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신뢰받을 때 가장 명예롭고 중요한 존재가 된다”고 합니다. 마리아는 자신이 신뢰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분입니다. 구세사에서 단 한 번 이루어질 엄청난 체험을 자신에게 주신 하느님을 바라보면서, 내가 하느님의 믿음의 대상(난 늘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믿어주신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분은 나를 기다려주시는 분이시기도 하다)이구나 하고 확신을 두는 것입니다. 그러니 마리아는 기꺼운 마음으로 “예”라고 응답하는 것이죠.

우리도 주님께 신뢰를 받는 존재가 되어야 하며, 먼저 그분께서 나를 믿어주신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나를 믿어주는 분이 있다.” “나는 사랑받고 있다” 이 확신이 나를 믿음의 인간으로 만듭니다. 내가 믿기 전에 먼저 믿음을 주신 주님을 바라보면서 내 모든 것을 내어드리는 것, 바로 이 모습을 마리아께서 보여주신 것이죠.

이 마음에, 그리고 같은 은총을 입은 여인의 탄성과 축하에 마리아는 절로 찬양을 부릅니다. 기쁨이 요동칩니다. 하느님 안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내 안에서 기쁨을 발견하며 이것이 내 삶 안에서 순환 구도를 이룹니다. 모든 이가 나를 복되다 하며, 그분의 신실하심은 대대로 이어질 것이기에 행복합니다. 인간들의 영원함은 고작 ‘오랫동안’이란 이름으로 스러져 가지만(생각해보라. 죽고 못사는 관계에서, 당신을 영원히 사랑해라고 해도 그것이 과연 영원하던가?), 그러나 하느님의 영원함은 세세대대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언제까지나 영원토록 변치 않는 신실함, 바로 그것이 하느님의 영원함입니다.

이 영원함이 사람들의 교만을 깨뜨립니다. 그 영원한 사랑을 아는 사람은 겸손합니다. 기꺼이 주님을 위해 비천해지며, 주님을 갈망하는 마음에 굶주립니다. 주님을 굶주렸기에 그분께서는 배불리십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자들은 하느님을 경외하지 않으며, 부유하고, 모든 것의 우위에 서려는 마음에 하느님마저도 통치하려 합니다.

나는 어느 편에 서 있을까요?

주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기뻐 뛰는 신앙인이길 바랍니다. 나는 주님께 신뢰받고 있다는 확신이 있는 신앙인이길 바랍니다. 주님께 원할 줄 알고, 얻은 후에도(혹은 얻지 못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믿음을 표현하며 기도하는 신앙인이길 바랍니다. 세세대대로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을 믿습니다. 그 신실함에 나의 신실함도 함께 드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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