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3주간 토요일
- 이영준 신부-
오늘 복음은 세례자 요한이 태어나서 할례를 받고 이름을 짓게 되는 내용을 전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내가 아이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천사의 말을 믿지 못했던 즈카리야는 한동안 벙어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후 천사의 말대로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짓자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요한의 역할과 사명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보다 불과 수개월 앞서 태어났습니다. 이사야 예언자의 예언대로 주님의 길을 마련하고, 그분의 길을 곧게 내기 위해 주님보다 먼저 이 세상에 보내졌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생활하면서 낙타 털옷과 가죽 띠를 맨 남루한 차림으로 메뚜기와 들꿀을 먹으면서 초라한 생활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가 외치고 다녔던 말에는 힘이 있었습니다. 비록 겉모습은 초라했지만, 광야에서 보낸 많은 시간들 속에서 그는 자신의 역할과 사명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입니다. 그런 삶의 모습이 그의 말에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망설임없이 자신있게 외치는 그의 소리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파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회개하고 세례를 받으면서 예수님 오심을 준비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요한 자신은 결코 나서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 오심을 준비하기 위해 세상의 중심에 섰지만, 예수님이 오시자 조용히 물러섰습니다. 예수님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비켜 드렸습니다. 이제는 내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중심에 서셔야 함을 알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면서 준비해야 하는 우리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점점 내가 중심이 되어가고 있는 삶 속에서 예수님을 위해 그 자리를 비워드리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모습입니다.
나의 바람과 뜻을 이루기 위해 예수님을 모셔오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바람과 뜻이 나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나 자신을 준비시켜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를 통해서 나 자신 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구원을 이루고자 하십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세례자 요한의 소리가 세상 사람들의 마음 속을 파고들었듯이, 우리를 통해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자 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도 역시 우리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야 합니다. 우리를 통해 퍼져 나가는 예수님의 소리가 세상 사람들의 마음 속을 파고들 수 있도록 우리의 소리에 힘을 실어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힘은 세례자 요한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의 삶의 모습 속에서 키워지게 됩니다.
세례자 요한이 태어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 아기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 궁금해 했다고 오늘 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요한을 통해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고 있었고, 요한은 그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 내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종교 인구를 보면 타종교에 비해 유난히 급증한 가톨릭 신자 인구를 볼 수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기대의 시선을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이 변화가 단순히 수치상의 변화만으로 끝이 나지 않도록 우리 개개인이 노력했으면 합니다. 예수님께서 오시는 길을 준비했던 요한처럼, 오늘날의 이 세상에 예수님의 길을 준비할 수 있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모습은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하도록 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