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2일> 저를 구하신 주님 생각으로 제 마음은 울렁거리나이다! !-이기양 신부님

2006. 12. 23. 오전 9:23:36

글자

<12월 22일>             저를 구하신 주님 생각으로 제 마음은 울렁거리나이다!




제 1독서 : 사무 1,24-28 (한나가 사무엘의 탄생을 감사드리다.)

복    음 : 루카 1,46-56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다.)




   예수님을 잉태한 처녀 마리아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라고들 하였지만, 그 늙은 나이에도 아기를 가진 지가 벌서 여섯 달이나 되었다.??는 천사의 말을 기억하고 걸음을 서둘러서 ??아인카림??이라는 유다 산골 마을로 엘리사벳을 찾아가 만나는 내용이 어제의 복음 말씀이었습니다.

   마리아의 방문을 받은 엘리사벳은 기다렸다는 듯이 성모 마리아를 찬양하며 성령을 받아 큰 소리로 외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아기도 복되십니다.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1,42-45)

   엘리사벳의 칭송을 받은 마리아는 자신에게 내린 하느님의 은총을 확신하게 되었고 말할 수 없는 감격에 겨워 하느님께 감사의 찬미가를 불러 드립니다. 바로 오늘 복음 내용이지요. 우리는 이 마리아의 노래를 ??마니피캇(MAGNIFICAT, 찬양하다)??이라고도 부릅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루카1,46-47)

   마리아의 노래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여러분들은 하느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마음 설레인 적이 있으신지요? 옛날 연애하던 시절에 상대방을 생각하며 설레였던 적은 있어도 하느님을 생각하며 설레인 때는 그리 기억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을 알게되면 마음이 설레입니다. 성체 앞에서 기도하고 또 묵상하면서 하느님을 알아 가는 그 기쁨은 사람과의 만남에서 체험할 수 있는 즐거움과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깊은 고요와 더불어 머리 속을 꿰뚫는 상쾌한 충만감에 젖게 되지요.

   루카 복음서에는 이렇게 하느님의 크신 은총에 감사 드리는 찬미가들이 등장하는데 ??즈카르야의 노래??(루카1,68-79), ??시메온의 노래??(루카2,29-32) 그리고 오늘 복음에 나오는 ??성모 찬송??(루카1,46-55)입니다.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이 노래들을 매일같이 기도 속에 담아 찬송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체험이 있는 사람의 입에서는 뭔가를 해 달라는 요구 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감사하다는 말밖에 나올 수가 없지요.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은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달라고 하느님을 보챕니다. 어느 신부님의 강론에서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제목의 인용 글을 보았습니다.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기술이라면 하느님은 구세주를 위대한 과학자로 보냈을 것이다. 우리가 최고로 바라고 희망하는 것이 쾌락이라면 하느님은 우리의 소원을 들어줄 가수나 코미디언 같은 연예인을 보냈을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이라면 하느님은 메시아로 위대한 경제학자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하느님의 용서이다. 인간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용서를 통해서이고, 하느님은 우리에게 우리의 아픔과 보복에서 건져주실 우리의 허물을 대신 짊어지실 그리스도를 보내주셨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하느님께 이것저것을 청하며 졸라대지만 실상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청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것보다 얼마나 깊고 큰 것인지를 깨닫게 되면서 곧 없어지게 될 눈에 보이는 것들은 더 이상 청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느님의 큰 은총을 깨달은 성모 마리아가 하느님께 찬미의 노래를 부르며 청하는 내용들은 일신상의 안위와 복을 청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너무나도 설레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리아는 이 세상에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희망을 지니고 살 수 있기를 노래하였습니다.


   오늘 성모찬가를 보면서 다음 몇 가지를 묵상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 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루카1,51) 하는 부분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힘겹게 살고 생로병사의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세상은 왜 이렇게 힘겹기만 한 것일까요? 왜 그 누구도 예외가 없이 힘들게 살아 가야하는 이런 상황을 하느님께서 만드신 것인지 의문이 들지요. 이에 대한 대답이 창세기에 나옵니다.

   창세기 저자는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보시니 참 좋게?? 만드셨지만 하느님과 같아지려는 인간의 교만한 마음이 이 세상을 힘들고 어려운 혼돈의 장으로 만들고 말았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조상의 죄를 대물림 받고 인간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저질렀던 교만의 죄가 우리 시대에도 그대로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하느님 없이 살아가려고 하는가 하면 하느님보다도 더 커지려고 하는 마음이 우리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 의해서도 지속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과학과 재물이 모든 것을 다 이루어줄 것 같은 착각에 빠져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넘쳐나고 있지요. 그 옛날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 없이 자신들의 힘으로 살아보고자 했던 그 교만의 결과가 지금 우리 시대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인간 제일주의의 사고는 혼란과 고통을 가져다 줄 뿐입니다. 사랑과 평화의 가치는 점점 땅에 떨어지고 끝없는 이기심과 욕심으로 인한 갈증 속에 인간은 불안에 떨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도 내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나만을 믿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불안하고 두려운 일이겠습니까? 이는 자신의 힘만을 믿고 싶어한 우리 인간이 스스로 지은 교만이라는 죄의 대가입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중심으로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살 때 이 혼란과 두려움은 극복될 것입니다.

   오늘 성모 마리아는 ??주님께서 교만한 자를 흩으신다.??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아니라 하느님 중심으로,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살 때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성모님은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루카1,52)라고 노래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의 권력 있는 자들을 흩어 버리신다는 내용이지요. 예수님 시대에 로마의 권력층과 또 그 로마의 권력에 빌붙어 기생했던 이스라엘의 지배층들은 백성들을 핍박하고 착취하면서 마치 그들이 승리하는 것 같은 세상을 만들어갔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흩어버리신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보여준 권력이 영원하고 무너지지 않을 것 같지만 그것은 잠시일 뿐 결국 하느님께서는 부정과 불의에 물든 자들을 내치시고 고통 받고 신음하는 사람들을 불러 위로해 주실 것이라고 성모님은 노래하고 계십니다.


   또 성모님은 세 번째로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요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루카1,53)고 하느님을 찬미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은총 속에 풍요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마치 그것이 자신의 힘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자만하고, 이 세상에서 천년만년 살 것처럼 더욱 욕심을 부리며 살아갑니다. 그런가 하면 한쪽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극심한 헐벗음과 굶주림 끝에 병들어 죽어가고 있지요.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의 모습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이런 불의한 현실을 정의롭게 이끌어주실 것을 하느님께 기도 드리고 있습니다.

   실은 이것은 성모 마리아의 노래이면서 동시에 그 시대의 핍박받고 힘겨웠던 모든 사람들의 간구이기도 했습니다. 마리아의 노래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하느님 없이 인간의 힘으로 살아보려는 것은 그 삶을 끝없는 고통과 갈증으로 내모는 것이며, 권력과 재물을 이용하여 가난한 이웃을 착취하는 것 또한 하느님께서 내버려두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늘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의 너무나도 큰 특은을 입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이 세상을 위해서 기도하셨습니다. 이제 며칠 뒤에 오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는 것 또한 같은 이유입니다. 나의 이기적인 소원을 채워 주시기 위해 오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뜻 안에서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이루기 위하여 오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교만해서도 안 되고 지나치게 호의호식해서도 안 되며, 하느님 안에서 가난한 이웃과 함께 하고 불의한 사회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작은 노력들 안에서 살아 계신 주님을 만나면 그것이 주님이 오시는 성탄이고, 그곳이  성모님의 찬미가 이루어지는 세상입니다. 성탄은 나의 욕심을 채우는 사건이 아니라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하셨고 또 하실 일들을 우리가 대신하면서 하느님 나라의 건설에 참여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강론 묵상 모음집

목록 전체보기 →
다해 대림 3주간 금- 기쁨과 찬양이 담긴 모든 찬가라면.../ - 이찬홍 신부님06.12.23조회 30엘리사벳과 마리아 - 이기정 신부님 /2006.12.2206.12.23조회 30<12월22일> 저를 구하신 주님 생각으로 제 마음은 울렁거리나이다! !-이기양 신부님06.12.23조회 31대림 제3주간 금요일 강론 /성모님의 기쁨의 노래 - 이기양 신부님06.12.23조회 30대림 제3주간 금요일 2006/12/22 /누가 복된 여자인가? - 박용식 신부님06.12.23조회 302006년 12월 22일 금요일/[묵상] ♥노동은 창조주와, 창조 활동하는 피조물을 연결하는 고리이다...김홍언신부님06.12.23조회 30대림 3주간 목요일 2006-12-21 /믿으신 분 - 김상조 신부님06.12.23조회 30[강론] 믿으신 분[경구봉신부님] /2006.12.2106.12.23조회 30대림 제3주간 목요일 / [강론] 겸손과 비움[이영준신부님]06.12.23조회 30[강론] 메시아와 선구자의 내적 상봉[박상대신부님] /2006.12.2106.12.23조회 30[묵상] 믿으신 분[유광수신부님] / 2006.12.2106.12.23조회 30[강론] 고해성사[주상배신부님] /2006.12.2106.12.23조회 30[강론] 성찰 안내[주상배신부님] /2006.12.2106.12.23조회 30[묵상] 수녀님의 용서 /2006.12.2106.12.23조회 30[묵상] 국수 삶는 건 우리에게 맡겨 /2006.12.2106.12.23조회 30[묵상] 사람은 선물입니다[이철신부님] /2006.12.2106.12.23조회 30[강론] 이웃과 ‘나누는’ 성탄 [유흥식 주교님 ] /2006.12.2106.12.23조회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