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규봉신부(전주교구)-
성령으로 주님을 잉태한 마리아는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갔다. 마리아는 친척 엘리사벳도 하느님의 은총을 통해 기적적으로 잉태하였다는 소식을 이미 천사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주님을 잉태한 엄청난 기쁨과 놀라움을 다른 누구보다도 엘리사벳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마리아는 서둘러 즈카르야의 집을 찾아갔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를 받자 태 안의 아기 요한이 먼저 뛰놀았다. 그리스도의 길을 준비하는 사명을 지닌 요한이 태중에서부터 그리스도의 방문을 어머니보다 먼저 알아채고 기뻐 뛰놀며 그리스도를 맞이하였던 것이다. 이는 성령께서 엘리사벳보다 먼저 태중의 아이 요한에게 감동을 주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그의 모친 엘리사벳에게도 감동을 주시어 그녀의 마음을 기쁨과 환희, 경탄과 감사, 그리고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셨다. 그리하여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충만하여 큰 소리로 마리아를 찬양하였다.
사실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마리아가 찾아와 인사를 하자 태중의 아기 요한이 뛰놀고, 성령께서 감도하심으로써 마리아가 주님의 어머니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리하여 그녀는 마리아를 가리켜 “내 주님의 어머니”라고 찬양한다. 그녀는 마리아 태중의 아이가 곧 메시아이며 "만물의 주님"이 되실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내 주님의 어머니"라고 찬양한 것이다. “내 주님”이라는 고백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고백이 아니다. 성령께서 이끌어주셔야 할 수 있는 신앙고백이다. 엘리사벳은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아 예수님을 가리켜 “나의 주님”이라고 누구보다도 먼저 고백하였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에게 "주님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마리아의 방문은 엘리사벳에게 큰 은총이요 축복이었다. 이런 은총과 축복을 받은 엘리사벳은 감히 주님의 방문을 받을만한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찌된 일입니까?" 하고 묻는다. 주님의 방문은 자신이 기대하지 못했던 커다란 은총이요 축복이라고 말한 것이다.
성령으로 가득 찬 사람들은 결코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축복이 성령의 도우심이며 하느님의 은총임을 잘 안다. 그래서 축복이 많을수록 더욱 하느님께 찬양과 감사를 드린다. 엘리사벳은 마리아의 방문을 받고 자신에게 은총과 축복을 주신 하느님께 찬양과 감사를 드린다. 나아가 그녀는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이라고 마리아의 신앙을 찬양하며, 믿음으로 인하여 복을 누린다고 칭찬한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구원은 믿음을 통하여 오고, 사람은 믿음을 통하여 복을 누린다. 믿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느님의 말씀을 믿는 자는 복을 받는다.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은 일점일획도 어김없이 반드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믿는 사람은 참으로 복되다. 하느님께서는 그의 믿음을 보시고 그를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해 주시며(로마 4,3), 상속자로 삼으신다(로마 4,16). “믿음으로 사는 사람만이 아브라함의 참 자손이 되며, 믿음으로 사는 사람들은 믿음의 사람 아브라함과 함께 복을 누린다.”(갈라 3,7.9) 역으로 많은 문제는 불신에서 온다. 서로 믿지 못하고 믿음이 없기 때문에 의심이나 시기질투, 미움이나 분노와 같은 어두운 감정이 생기며, 다툼과 분쟁이 일어나고, 공동체가 파괴되기까지 한다.
그러므로 우리도 마리아처럼 주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굳게 믿는 신앙인이 되자. 믿음으로 행복하고, 믿음으로 축복받으며, 믿음으로 구원되는 신앙인이 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