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3주간 목요일 / [강론] 겸손과 비움[이영준신부님]

2006. 12. 23. 오전 12:47:44

글자
대림 제3주간 목요일

- 이영준 신부-


살다 보면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들이 잘 모르던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그때가 기쁠 때이든 슬플 때이든, 즐거울 때이든 괴로울 때이든,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남들은 알지 못하는 우리들만의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서로를 편하게 생각하게 되고, 함께 지내면서 기쁨은 두배로, 슬픔은 반으로 나누고 싶어합니다.


 오늘 복음은 두 믿음의 여인의 만남을 전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여인과 아이를 가지면 안되는 여인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아이를 가진 채 만나게 되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경험해 보지 못했고, 이해할 수도 없는 둘만의 공통점이 친척이라는 관계를 훨씬 뛰어 넘는 그들만의 만남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굳이 설명하려 하지 않아도, 굳이 이해시키려 하지 않아도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또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넘치는 은총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렇게 서로 감사의 마음을 나누고 그 기쁨을 만끽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 기쁨의 표현이 오늘 복음에서는 엘리사벳의 입을 통해 먼저 나오게 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어느 누구도 따라할 수 없고, 흉내낼 수 없는 마리아의 임신이었습니다. 또 어느 누구도 따라하기 싫은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가장 복된 여인이라고 칭송할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받아들인 마리아의 믿음이 어느 누구도 따라하거나 흉내낼 수 없는 엄청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을 볼 수 있는 눈을 엘리사벳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성모님과 함께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고, 그 탄생을 통해 인류의 구원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는 엘리사벳처럼 성모님의 믿음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만 합니다. 엘리사벳처럼 성모님께서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신 분이라는 것을 마음 깊은 곳에서 고백할 수 있어야 하고, 따르고자 하는 열망이 타올라야 합니다.
 인간적으로는 고통과 슬픔의 삶을 사신 성모님이셨지만, 그 모습 속에 있는 복된 모습을 볼 수 있어야 우리는 예수님을 메시아로, 구세주로 고백할 수 있습니다.



 성모님의 믿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모님과 같은 처지에 있어야 합니다. 성모님과 같은 마음으로, 성모님과 같은 생각으로 세상과 이웃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해할 수 없고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 처하더라도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도 성모님처럼 이제 곧 오실 아기 예수님을 우리 안에 모실 수 있습니다. 성모님께서는 한없이 자신을 낮추셨고 비우셨습니다. 그런 겸손과 비움이 어느 때보다도 우리에게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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