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동반자 - 민경철 신부님 /2006.12.21

2006. 12. 23. 오전 12:27:18

글자
루카 복음 1장 39-45절
그 무렵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신앙의 동반자      민경철 신부
마리아는 수태고지를 듣고 곧바로 친척 엘리사벳을 방문하러 여행을 떠납니다.
아기를 가지지 못해 치욕 속에 살아왔던 삶을 깨끗이 씻어준 임신을 축하하러
갔으리라 생각합니다. 석녀에게 아기를 가지게 해준 주님의 능력을 보면서
성령으로 말미암은 아기를 가진 본인…. 동료 의식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하느님의 능력을 체험한 사이라면 둘만이 통할 수 있기에 한시라도 빨리 가서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겠지요. 가끔씩 힘든 일이 있거나, 행복한 일이라도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 들어준 이가 비슷한 체험이나
혹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때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그래서 동료라는 것이,
친구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마리아는 천사의 말에 주님의 뜻이니까
따르겠다며 즉시 응답했지만 자신이 당하게 될 운명이 걱정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지요. 주님께서 알아서 다 해주시겠지 하고 생각했겠지만 인간적인 두려움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엘리사벳에게 일어난 소식을
들었을 때 마리아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겠습니까?
신앙의 여행길에 동반자가 내 곁에 있는지요?
혹은 동반자가 되어주고는 있는지요?
 교회에 빚을
우리 집 베란다에는 철없는 철쭉이 두 송이 피어났습니다.
철쭉에게 말했어요. “얘야, 지금 피어나면 봄에는 어쩌려고 그러니?”
철없는 그것은 그냥 피겠다고 펴버렸습니다.
우리 여인네들은 조금더 가까이 주님 곁에 살고자 무진 애를 쓰는데
이기심 많은 장부님들은 때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 한창 일을 해야 할
시기인 우리 사십대들은 장부님들 눈치 보느라 활동하기가 쉽지 않네요.
저 역시도 많은 지원 속에서 일을 하지만 아주 가끔은 눈치 아닌 눈치를 살피며
숨죽여야 할 때가 있습니다. 장부님들의 맘을 거스르지 않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미사에 참석하고 교회에서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활동하고, 묵상하고,
기도하고 싶은데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주님을 질투하는 것이
본인들에게는 더욱 유치한 모습이여서일까요?
주님 안에 자유로이 잠겨 있기 위해서 우리들은 무엇을 더 내놓아야 할까요.
얼마만큼 더 가슴이 아파야 할까요.
가슴 안에 담고 있는 그 열정을 언제쯤 가서 맘껏 쏟아낼 수 있게 될까요.
오늘은 유난히 더욱 갑갑해지네요. 교리상 부부가 함께해야 하는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장부님들의 응답이 없기 때문이었나봅니다.
거저 무상으로 받은 삶, 교회에 빚을 지고 있는 이 삶을
거저 무상으로 되돌려 드리며 자유롭게 풍요를 누릴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장부님들을 교회 안으로 불러들이기가 너무도 어렵네요.

고경숙 | 광주시 북구 문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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