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과. 내 영을 만민에게 부어 주리니
우리들이 신앙인으로서 주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합니다. 육체적으로 공기가 있어야 숨을 쉴 수 있듯, 영적으로도 주님의 뜻에 맞게 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게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성령입니다.
성서의 초인들
오늘날 사람들은 힘(power)을 생명처럼 여기며 초인(超人)이 되고 싶어 합니다. 얼짱, 몸짱, 문화, 요가 열풍 등도 결국 힘을 향한 원초적 욕구의 다른 표현들이라고 불 수 있습니다. 이 힘의 원천을 그리스도인은 '성령'이라고 고백합니다. 성서를 살펴보면 그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구약(舊約성서는 실제로 초인들이 있었음을 증언 합니다. 성서에서 초인이 되는 비결로서 '야훼의 영'에 사로 잡히는 것을 말합니다. 야훼의 영, 곧 성령은 '모세, 판관들, 전사들, 시인들, 왕들, 예언자들에게 역사(役事)하시며 그들을 이른바 초인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초인이 되는 것은 특별한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홀연 예언자 요엘이 나타나 일대 전환을 예고하였습니다.
"그런 다음에 나는 내 영을 만민에게 부어 주리니, 너희의 아들과 딸은 예언을 하리라. 늙은이들은 꿈을 꾸고,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리라. 그날, 나는 남녀종들에게도 나의 영을 부어 주리라"(요엘3,1-2).
이는 장차 누구든지 성령을 받게 될 것이라는 약속이었습니다. 곧 모두가 초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약속인 것입니다.
이윽고 이 약속은 신약(新約)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대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우선 예수님 자신이 성령으로 충만한 생애를 살았습니다. 잉태 자체가 마리아의 몸에서 "성령에 의하여" 이루어졌습니다(마태1,18-20참조). 예수님의 공적 활동도 성령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성령의 능력을 가득히 받고 여러 회당에서 가르치셨고(루가4, 14-15참조), 악령에게 시달리는 사람들을 풀어 주셨고(마태12,28참조), 병자를 치유(루가5,17참조)하셨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성령의 능력은 예수님의 승천 직후 '다락방' 사건을 통하여 제자들뿐 아니라 모든 신자 안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사도2,1-4; 10,44-48참조).
한 마디로 성령은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하신 일을 그대로 이어서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습니다. 성령의 능력을 받은 제자들은 절름발이를 낫게 했으며(사도3,1-10;14,8-10참조), 죽은 이를 살려 냈고(사도9,36-41; 20,7-12 참조), 악령을 몰아냈으며(사도 16,16-18참조), 열정적으로 설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사도2,14-36; 17,22-31참조). 성령께서는 예수님의 골고타 길에서 뿔뿔이 도망쳤던 겁쟁이 제자들을 당당한 증거자로, 나아가 담대한 순교자로 변화시키셨던 것입니다.(사도2,1-11참조)
또한 성령의 능력은 제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신자들에게 아홉 가지 은사(1고린 12,8-10참조)와 아홉 가지 열매(갈라5,22-23참조)로 나타났습니다. 한 사람도 예외가 되지 않았습니다.
"성령께서는 각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은총의 선물을 주셨는데 그것은 공동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같은 성령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성령께서는 이렇게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각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은총의 선물을 나누어 주십니다."(1고린 12,7-11).
여기서 말하는 '은총의 선물', 그것을 우리는 다름아닌 카리스마(Charisma), 곧 하늘이 준 능력이라 부릅니다. 세상 사람들이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이 카리스마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두에게 주어진다고 믿는 것이 바로 우리의 믿음입니다.
파라클리토 성령
실제로 작용하고 있지만 포착할 수 없고, 볼 수는 없으나 강력하며, 인간이 호흡하는 공기처럼 필수적이고, 바람이나 폭풍처럼 역동적인, 이것이 성령입니다.
구약에서의 하느님의 '영', 신약에서의 '성령'은 히브리어로 루아흐(ruah), 그리스어로 프네우마(pneuma), 그리고 라틴어로 스피리투스(spiritus)라 불리웁니다. 이 세 단어 모두 성령이 지니고 있는 생동력을 잘 표현해 줍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성령의 특성을 잘 말해 주는 단어가 스피리투스입니다. 스피리투스는 서양에서 자동차 연료를 나타내기도 하고 알코올이 들어 있는 음료수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스피리투스에는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과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는 힘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이렇듯이 스피리투스 '성령'은 동력, 활력, 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성령을 파라클리토(paraclitus)라 부르셨습니다. (요한 15,26-27참조). 이 단어가 지니는 뜻 그대로 성령께서는 변호자, 보호자, 위로자, 격려자로 작용하십니다. 보호해 주시고, 도와주시고, 능력의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분!
오늘날 우리가 바라는 힘(power)의 진정한 원천, 그것은 바로 우리들이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를 통해 받은, 그러나 마치 산소의 고마움을 잊고 살듯이 그렇게 존재 자체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스피리투스(동력, 활력) 성령이시며 또한 파라클리토(변호자, 보호자, 위로자, 격려자)성령이신 것입니다.
성령의 아홉 가지 은사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성령의 은사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성령의 은사는 세례 때 처음으로 주어지며, 견진을 받음으로써 더욱 풍성해지고 확고해집니다. 성령의 은사로 아홉 가지(1고린12,4-11 참조)가 있습니다.
첫째, 선교의 은사:
-지혜의 은사('지혜의 말씀의 은사') : 이 은사는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판단할 때 인간적 판단 기준을 버리고 하느님의 관점에서 판단하게 해 주며, 특히 위기에서 최선의 판단을 하게 합니다. 그런데 성서는 하느님을 경외함이 지혜의 으뜸(시편111,10참조)이라고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 지식의 은사('지식의 말씀의 은사') : 이 은사는 신앙의 진리를 가르치거나 설명할 때 영감을 받아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말하게 해 주며, 믿어야 할 것과 믿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 줍니다(사도2-3장 참조). 또한 듣는 이의 수준을 고려하여 설득력 있는 말씀을 전하게 하고, 성서를 잘 알아듣게 하고 진리를 깨닫게 합니다.
둘째, 표적의 은사 :
-믿음의 은사 : 이 은사는 어떤 일이나 기도가 꼭 이루어질 것이라는 내적 확신(출애 14,21-22참조)을 말합니다. 이 은사는 우리가 확신을 갖고 기도와 행동을 하도록 해 주며 중재기도, 치유, 기적 등의 밑거름이 되게 해 줍니다.
- 치유의 은사 : 이는 이웃의 질병이나 심리적, 영성적 문제를 치유하는 능력,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마귀를 쫓아낼 수 있는 능력(사도 3,6-7 :9,34참조)을 말합니다.
- 기적의 은사 : 하느님의 영광과 인간의 유익을 위해 하느님의 뜻에 따라 기적을 행하게 합니다. 여기에는 '중대한 병의 치유'같은 물리적 기적과 믿음이나 정신의 '완전한 변화'같은 윤리적 기적 등이 있습니다.
셋째, 계시의 은사 :
- 예언의 은사: 미래의 사건들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라 계시된 진리의 말씀을 통해서 그 결과를 사람들에게 알게 하는 하느님의 초자연적인 능력을 말합니다. 이는 하느님이 어떤 개인이나 단체 또는 공동체에 전하려는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습니다.
-식별의 은사 : 이 은사는 말씀 그대로 영을 분별하는 능력입니다. 영의 식별은 개인의 뜻을 하느님의 뜻에 일치하게 해 주고 평화를 지켜 주며, 영적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게 합니다. 생각, 활동, 사건, 은사의 원인과 근원이 성령의 힘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의 힘인지를 구별하게 해 주는 내적 계시인 것입니다.
- 이상한 언어와 해석의 은사: 이 은사는 하느님과 깊은 영적 교감을 통해 개인 신앙의 덕을 쌓게 하는 것으로 이는 영적인 깨달음을 이상한 언어로 말하는 은사와 이상한 언어를 듣고 자국어로 해석 해 주는 은사를 가리킵니다. 이상한 언어의 은사는 하느님 말씀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 주며 다른 은사들을 유발합니다. 또한 믿지 않는 이에게 하느님의 능력을 보여 주는 표지가 됩니다.
중요한 것은 흐르지 않는 물은 썩어 버리듯이 성령의 은사도 사용하지 않으면 생명력을 잃고 만다는 사실입니다. 성령의 은사는 그것을 의식하고 발휘하는 자 안에서 더욱 강하게 작용합니다.
성령 없이는 신앙도 일치도 평화도 없다
성령이 없었다면 우리는 하느님께 나아가지도 못했고, 그리스도를 알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신앙을 얻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성령에 힘입어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 라고 부릅니다" (로마 8,15)
이냐시오 드 라타꾸이 대주교는 이 성령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습니다.
"성령이 아니 계시면 하느님은 멀리 계시고, / 그리스도는 과거의 인물에 불과하고, / 교회는 한낱 조직에 불과하고... / 전례는 한낱 과거의 회상일 뿐이고 / 그리스도교인의 행위는 노예들의 윤리에 불과하다. " / 즉 성령이 중재하시기에 우리는 하느님과 그리스도를 더 잘 느끼고, 성령이 감도하시기에 복음을 생생하게 알아듣고, 전례를 역동적으로 체험하며 자발적으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
하느님은 그리스도인이 열매 맺는 삶을 살기 원하십니다. 갈라디아서 5장 22절에서 23절에 보면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가 나와 있습니다.
첫째, 대신적(對神的)열매:
-사랑 : 사랑이 없으면 모든 영적 은사들과 희생적 봉사가 의미를 잃게 됩니다.(1고린 1,1-3 참조).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모든 조건을 초월한 하느님의 사랑, 즉 아가페적인 사랑으로 원수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말합니다.
- 기쁨 : 샘솟는 기쁨, 하느님의 사랑,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면서 느끼는 마음을 말합니다. 성령에 의한 기쁨은 외적 환경의변화에 좌우되는 세속적이고 일시적인 기쁨이 아니라 시련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기뻐할 수 있는 외적 조건을 초월한 내면적인 기쁨입니다.
- 평화 : 이 평화는 하느님 안에서 누리는 평화를 말합니다. 아무리 재산이 많고 몸이 건강하다고 할지라도 하느님과 관계에 있어서 평화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면 진정한 평화가 될 수 없습니다.
둘째, 대인적(對人的)열매 :
- 인내 : 비록 일이 지연되는 경우라도 실망하거나 짜증내지 않고 하느님이 마련해 주시는 때를 기다릴 줄 아는 힘을 말합니다. 인내할 때에 우리들은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를 볼 수 있는 눈이 뜨이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며 일을 지혜롭게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친절 : 이 말은 이웃을 따뜻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것을 뜻합니다. 성서에서의 친절은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언짢음에 보복하지 않고 용서하며 자비를 베푸는 것입니다.
- 선행 : 선행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선을 베푸는 것으로 주님께서 주신 재산, 시간, 재능을 관대하게 다른 이를 위해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셋째, 대아적(對我的)열매 :
-진실 : 거짓이 없어 믿을 수 있고(믿음성) 착수한 일을 끝까지 완수하는 충실성을 의미합니다. 이는 언제나 자신의 약속을 지키고,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신뢰감입니다.
-온유 : 온유는 상대방의 뜻과 행동에 대해 저항하지 않는 성품을 말합니다. 이는 하느님께 순종하고 이웃에게 화를 내지 않도록 도와주어 이웃의 분노를 가라앉힙니다.
- 절제 : 절제란 자신의 생각, 말, 감정, 욕망, 육욕을 극복하는 힘과 능력을 의미합니다. 자기 자신을 늘 견제할 수 있으며 극단적인 행동을 피하고 조절 된 상태를 유지해 나가는 힘입니다. 우리는 이 절제로써 죄로 유인하는 잘못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령의 열매에 대하여 영국의 성서학자요 목사인 G. C. 몰간(1863~1945)은 다음과 같이 묵상했습니다.
"성령의 최고 열매는 사랑입니다. / 기쁨은 사랑의 의식이며, / 평화는 사랑의 확신이며, / 오래 참음은 사랑의 습관이며, / 친절은 사랑의 활동이며, / 선함은 사랑의 성질이며, / 진실은 사랑의 분량이며, / 온유는 사랑의 색조이며, / 절제는 사랑의 승리입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누구든지 나에게서 떠나지 않고 내가 그와 함께 있으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요한 15,5).
우리가 성령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포도나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가까이 하고 의지하며 예수님께로부터 영적 양식을 얻는 일에 최대의 노력을 기울일 때 성령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령의 열매는 우리들 속에 내재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의 표현입니다.
성령께 귀 기울이는 삶
성령께서는 우리 영혼에, 마음에, 의식 속에 현존하십니다. 성령은 우리의 의식적인 사고 영역 안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의 잠재의식적인 사고 영역 안에서도 활동하십니다. 성령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야훼의 영이 그 위에 내린다. 지혜와 슬기를 주는 영, 경륜과 용기를 주는 영, 야훼를 알게 하고 그를 두려워하게 하는 영이 내린다."(이사11,2).
예민한 영적 촉각으로 성령의 감도하심을 받아들이십시오. 그리고 응답하십시오. 당신의 인생이 바뀔 것입니다. 성령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실천하기
1. 성령은 신자든 비신자들 우리의 영혼에 머물러 계십니다. 성령께서는 우리를 훌륭한 신자가 되게끔 도와 주실 뿐 아니라 우리가 일생을 통해 걸어갈 길을 밝혀주는 빛이 되어 주십니다. 당신의 일생을 통해 성령의 초대나 부르심이 언제 있었는 지 곰곰히 더듬어 보십시오.
2. 당신도 이제 곧 세례성사를 통해 성령을 '가득' 받게 될 것입니다. 성령의 아홉 가지 은사와 열매 가운데 당신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 하나씩 골라 보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