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깎으며

2006. 1. 23. 오후 5: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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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필을 깎으며   <>
                        이해인
      
      오랜만에
      연필을 깎으며
      행복했다
      
      풋과일처럼
      설익은 나이에
      수녀원에 와서
      채 익기도전에
      깎을 것은 많아
      힘이 들었다
      
      이기심 
      자존심
      욕심
      
      너무 억지로 깎으려다
      때로는
      내가 통째로없어진 것 같았다
      내가 누구인지 잘 몰라
      대책없는 눈물도 많이 흘렸다
      
      중년의 나이가 된 지금
      아직도 내개 불필요한 것들을
      다는 깎아내지 못했지만
      나는 그런대로
      청빈하다고
      자유롭다고
      여유를 지니며
      곧잘 웃는다
      
      나의 남은 날들을
      조금씩 깎아내리는 세월의 칼에
      아픔을 느끼면서도
      행복한 오늘
      
      나 스스로 한 자루의 연필로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깎이면서 사는 지금
      나는 웬일인지
      쓸쓸해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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