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은 ~이외수~어어후남2005. 10. 21. 오전 1:26:40 1글자A−A+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을 감싸안으며 나즈막히 그대 이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이제야 마음을 다 비운 줄 알았더니수양버들 머리 풀고 달려오는 초여름...아직도 초록색 피 한 방울로 남아 있는그대 이름...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막연하게 기다렸어요서산머리 지는 해 바라보면 까닭없이 가슴만 미어졌어요돌아보면 인생은 겨우 한나절... 아침에 복사꽃 눈부시던 사랑도 저녁에 놀빛으로 저물어 간다고어릴 때부터... 예감이 먼저 와서 가르쳐 주었어요 그대는 오지 않았다 사랑이 깊을수록 상처도 깊어 그리움 짙푸른 여름 한나절 눈부시게 표백되는시간을 가로질러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음악으로멀어지는 강물소리... 허송 세월 발목 잡는 세상 속에 등 돌리고세필에 맑은 먹물가느다란 선 하나로 산을 그렸다이런 날 그대는 어찌 지내시는가잠깐 한 눈을 파는 사이내가 그린 산에는새하얀 눈이 내리고거기 발자국하나도 남기지 않은 채해는 이마를 지우며어느 새 등성이를 넘고 있다 온 세상 푸르던 젊은 날에는 가난에 사랑도 박탈당하고 역마살로 한 세상 떠돌았지요...걸음마다그리운 이름들이 떠올라서하늘을 쳐다보면눈시울이 젖었지요생각하면 부질없이 나이만 먹었습니다그래도 이제는 알 수 있지요그리운 이름들은 모두구름 걸린 언덕에서키 큰 미루나무로 살아갑니다바람이 불면 들리시나요그대 이름 나지막히부르는 소리... 가을밤 산사 대웅전 위에보름달 떠오른다소슬한 바람 한 자락에도풍경소리 맑아라...때로는 달빛 속에서 속절없이낙엽도 흩날리고때로는 달빛 속에서 속절없이부처도 흩날린다 삼라만상이 절로 아름답거늘다시 무슨 깨우침에 고개를 돌리랴 밤이면 처마 밑에 숨어서큰 스님 법문을 도둑질하던저 물고기지금은 보름달 속에 들어앉아 적멸을 보고 있다 추천 1🔗 공유 스크랩🚩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