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까지

2007. 9. 14. 오전 6:54:34

글자

세상 끝까지     조향순


                                                                   <사진:쐬주한잔님>

   
사람이 꽃에 빗대어 하는 말이든, 새를 내세워 하는 말이든, 결국은 그게 그 사람의 생각이고
그 사람의 감정이다. 꽃을 보고 웃는다고 해도, 새를 보고 운다 해도,
결국은 사람이 웃고 싶다는 것이고 사람이 울고 싶다는 것이다.  

길도 마찬 가지이다.
헤어지는 길을 보고 우리는 우리의 헤어짐을 떠올리고, 만나는 길을 보고 우리는
우리의 만남을 떠올린다.

우리들의 만남에는 참 여러 종류가 있다.
더 멀어지지도 않고 더 가까워지지도 않는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믿음으로 엮어진 관계도 있다.
그것은 마치 길고 긴 길을 가면서도 적당한 간격으로 손만 잡고 있는 철로와도 같은 관계이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매우 깊고 완강할 수 있다.
한 가닥이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철로처럼, 그 한 사람이 없으면 세상을 제대로 걷지 못한다.
잡은 손을 풀면 둘 다 그대로 주저앉아 혼자서는 걷지 못한다. 
그들은 잡은 손을 풀어버리는 날은 세상 끝이라고 한다.
그들은 정말 길이 끝나거든, 세상을 다 살고 다른 세상 강둑에 닿거들랑 같이 주저앉자고 한다.
그러나 그 때도 잡은 손은 절대로 풀지말자고 한다.
 

   
아주 헤어지는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로 헤어지는 줄 알고 
    정신이 까무룩 했습니다.

    우리가 손을 풀면 
    거기가 바로 세상 끝인데,
    아직은 한참을 더 가야하잖아요.
    
    넉넉잡아 한 십 년만 더 가서 
    드디어 그 산턱에 닿거들랑 
    드디어 그 강둑에 닿거들랑
     
    내가 먼저 주저앉은 다음,
    당신도 따라서 주저앉으세요.
    잡은 손 그대로.



                                           사진과 만난 詩
83. 잡은 손 그대로  全文


                                       

댓글 1

  • 2007년 9월 16일 오전 12:20

    <img src=http://www.pennyparker2.com/aniangel.gif><p>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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