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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라우렌시오 성인은 참으로 주님 말씀에 충실하게 살았습니다. 자기 목숨을 불 속에 던지면서 오로지 주님을 향한 충실성 하나로 순교하신 분입니다. 교회 안의 재산은 언젠가는 없어져 버릴 물질적인 것입니다. 라우렌시오 성인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것을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는 생명의 양식으로 삼았습니다.
현재 한국 천주교회도 수많은 순교자들을 모시고 살아갑니다. 그분들이 흘리신 피로 한국 교회는 더욱 풍요로워졌습니다. 물질이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는 듯한 오늘날, 우리는 앞서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기꺼이 주님을 따라 나선 순교자들의 고귀한 순교 정신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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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가 썩지 않으면 …
◆수원 가톨릭대학교 ‘학사동’ 앞에 보면 자그마한 기념비가 하나 세워져 있습니다. 그곳에는 “그리스도의 향기” (2코린 2, 15) 라는 말씀이 있고 그 아래 ‘故 배문한 신부님을 추모하며’ 라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참으로 오랜 세월 그곳에 있었기에 자연과 하나 되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알아볼 수 없습니다.
배문한 신부님은 수원 가톨릭대학교 초대 총장 신부님입니다. 1994년 여름 휴가차 동해안에 갔다가 물에 빠진 세 사람을 구하고 본인은 탈진해 돌아가신 분입니다. 신부님의 살신성인 정신을 기리고자 학교에 기념비를 세워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향기’ 는 신부님께서 평소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한 말씀이라고 합니다. 저는 신부님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 말씀을 접하게 되었을 때 말씀이 참으로 새롭고 힘있게 전해졌습니다. 실제로 그 말씀을 사신 분이기에 저에겐 신부님의 가르침이 더욱 힘있게 다가왔습니다.
오늘 말씀에서 예수님은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어야 많은 열매를 맺는다.’ 라고 하십니다. 머리로는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몸으로 움직이기는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밀알처럼 죽으려면 내 자존심을 모두 내려놓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밀알처럼 죽으려면 내가 발가벗겨진 것처럼 하느님 앞에, 사람 앞에 나서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기꺼이 죽었을 때 내 말은 힘있게 살아서 모든 이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향기’ 배문한 신부님처럼 말이지요.
최재도 신부(원주교구 구곡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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