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 때에 지도 신부님이 앞으로 사제로 살아가면서 미사를 드릴 때 깊이 생각해 보라고 저에게 준 글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테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가 쓴 ‘봉헌’이라는 짧은 글이었습니다. 샤르댕 신부는 빵도 포도주도 제단도 없이 아시아의 대초원에서 이러한 지향으로 미사를 대신하였다고 합니다.
“주님, 주님의 사제로서 저는 온 땅덩어리를 제단으로 삼고, 그 위에 세상의 온갖 노동과 수고를 주님께 봉헌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새로운 노력이 이루어 낼 소출들을 저의 성반(聖盤)에 담겠습니다. 또 오늘 하루 이 땅이 산출해 낼 열매들에서 짜낼 액즙을 이 성작(聖爵)에 담겠습니다. 주님, 일일이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살아 있는 인류 전체를 저의 눈앞에 세웁니다. 이 하루 동안 더욱 작아질 모든 것, 오늘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들까지도. 주님, 이것이 저의 봉헌물이고, 주님께서 바라시는 단 하나의 봉헌물입니다.”
그때 저는 이 글을 읽으며 ‘미사가 이렇게 풍요롭고 깊은 것이구나!’ 하고 깊이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노동으로 얻은 수고의 열매와 사람들의 고통의 액즙을 하느님께 봉헌한다면 하느님께서는 분명 기꺼이 받아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미사 안에서 멀리 있는 이와 가까이 있는 이, 살아 있는 이와 죽은 이가 서로 기억하며, 믿는 이들의 통공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같은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는 가운데 각기 다른 이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