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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교리서는 세 가지 원수(怨讐)에 대하여 가르쳤습니다. 신앙생활에 방해가 되는 세 가지 요소를 원수라 하고, 이를 ‘삼구’(三仇)라고 하였습니다. 삼구는 곧 마귀와 세속과 육신입니다. 마귀는 인간을 죄로 유인하여 구원받지 못하게 하고, 세속은 허망한 것이며, 육신은 사욕 편정(邪慾 偏情)에 사로잡힐 수 있기 때문에 원수가 된 것이지요.
그런데 주님께서는 오늘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고 하십니다. 물론 이때의 원수는 삼구만을 가리키는 말씀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고 꼭 원수가 삼구만이라는 법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삼구 안에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세속과 육신, 곧 나와 다른 사람들이 맺는 관계가 그것입니다. 타인들과 맺는 관계, 세상과 이루는 관계가 정상적이지 못할 때, 우리는 우리의 신앙마저 흔들리는 경우를 더러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미워하는 사람, 저주하는 사람, 학대하는 사람 등을 원수로 꼽으십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 집착하지 말고, 오히려 냉정을 찾아 잘해 주고, 축복해 주고, 기도해 주라고 하십니다. 그것이 바로 원수를 사랑하는 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랑은 작은 데에서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큰 곳으로 옮겨 가고, 마침내 원수를 용서해 주는 데까지 이릅니다. 이렇게 될 때, 비로소 우리의 신앙 안에 더 이상 삼구란 없어지게 됩니다. 삼구는 본디 그 실체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가짐이 어떤가에 따라서 있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 허상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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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보는 장사 !
◆시골에서 생활한 사람은 5일장의 개념을 알고 있을 것이다. 특정한 날에 열리는 이 5일장은 시골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지금도 즐겨 찾고 있는 곳이다. 나도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장날 풍경이 늘 정겹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이런 장이 서기를 기다리는 이유는 뭘까 ? 아마도 다양한 물건을 싸게 많이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장돌뱅이들이 전국에서 가지고 온 물건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지만 그런 물건들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이 5일장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장날엔 물건을 싸게 사려는 사람과 비싸게 팔려는 사람 사이의 실랑이와 상품을 홍보하고 팔기 위해 질러대는 고함소리가 온 장터를 들썩이게 만든다.
그런데 가만히 물건을 사고 파는 광경을 지켜보면, 파는 사람은 늘 “이건 내가 손해 보고 파는 거야 !” 하면서 사는 사람이 결코 비싸게 사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는 ‘손해 보고 장사하는 장사꾼’ 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들의 말이 거짓임에도 모른 척하고 사게 된다. 실제로 다른 곳보다 싸기 때문이다. 아무튼 세상에는 절대로 손해 보며 장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세상에는 ‘손해 보는 장사’ 도 많다. 물건을 파는 장사는 아니지만 우리 삶에서 보면 내가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끼는 것들이 참 많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용서다. 내가 먼저 화해하고 용서하는 것이 왠지 더 상대방에게 지는 것 같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늘 손해 보는 듯한 생각이 들어서인지 용서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손해 보는 것 같은 용서가 결국은 나를 구원으로 이끌고 오히려 더 많은 이득이 나를 기다린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지금 당장 이윤을 남기는 장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 ? 세상에는 손해 보며 장사하는 사람은 없지만, 우리 신앙인들은 손해 보며 장사해도 되지 않을까 ?
이석재 신부(안법고등학교 교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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