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꽃 거울

2000. 1. 26. 오후 6:56:29

글자

종이꽃의 겨울

 

무쇠보다 단단하게 커져버린

겨울 고드름이 처마 밑에 매달리더니

터지면서 색색 종이들로 만들어졌지

내가 접어 만들은 종이꽃은

생명도 향기도 없는 안타까움이었어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날 밤

별 하나가 눈물을 떨구더니

내가 접어 심어 놓은 종이꽃 위에

살짝 젖어 앉아 약속을 키워왔어

당신을 위한 향기가 되어주려고

싸리한 추위에 햇빛 창가를 겨우 찾아

날마다 당신이 바라볼 수 있는

내가 접은 종이꽃으로 피어났어

허무보다 더 길었던 세월은

따스함이 없었기에 안타까움을 내뿜으며

바늘같은 추위에 떨어야만 했어

지금은 내 생명이 소복소복 쌓이고

온기마저 감당하기 힘들어

곧 진한 향기로 꽃을 피우는

그런 종이꽃이 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어

당신의 눈망울은 나를 바라보는

행복이 되는 동안 종이꽃을 접어

향기가 사랑으로 피어나는 날을 꿈꾸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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