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엄마가 집으로를 보고싶다고 하셨다. 엄마의 외할머니 생각이 난다며...
문득, 퇴근후 할일 없이 늘 지나는 중앙극장을 지나다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가게에서 밤을 새고, 계모임은 빠질 수 없어 계모임 집에서 자고 있던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7시 까지 종로 3가 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피곤함 담에 볼까? 보면서 잠드는건 아니냐....나의 우려와는 달리 ’집으로’란 말이 나오기 무섭게 오금동 친구 집에서 종로까지 오겠다는 것이었다.
표를 끊고 기다렸다. 엄마와 영화를 같이 보기는 태어나 첨이었는데... 문제는 종로 3가 역이었다. 왠지 불안했다. 종로3가역....젊은 나도 때때로 햇깔리는데. 분명 엉뚱한 출구에서 나올것 같아 개찰구 앞에서 기다렸다. 엉뚱한 출구로 나가면 분명 길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애시절 줄창 다니던 종로통이지만 좀많이 변했을까, 좀 사람이 많은가?
게다가 엄마는 걸음도 느리다. 관절염이 심해서 다리를 조금 절뚝거리신다. 아무리 그렇게 걷지마라 충고를 해도, 나이란게 충고를 듣는 것이던가.
나의 불안감은 적중했다. 15번 출구로 나온다던 엄마는 5번 출구 낙원상가 근처로 나와버렸다. 서울극장과 낙원상가.....대체 그 거리란?
영화시작하려면 15분 밖에 안남았고. 느긋하게 광고, 예고편 다 보고 영화를 봐왔던 나는 조급해졌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객석 가운데 자리로 비집고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더욱 짜증이 났다.
피카디리나 단성사를 찾아라(엄마가 이 극장들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물어서 와라, 빨리와라, 뛰어와라 짜증섞인 말투로 계속 전화를 해 재촉했다.
없어진 피카디리 극장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그렇게 15번 출구라고 일러 줬는데 왜, 잘 보지 않고 생각 없이 나와버렸을까?’ 짜증 섞인 생각들과, 절뚝 거리는 다리로 정신 없이 걷고 있을 엄마를 생각하니....기분이 한없이 복잡해졌다. 엄마는 물론 내가 생각한 그 모습 그대로 진땀을 빼며 오고 있었다.
짜증은 나는데, 낼 수는 없고, 시간은 없고...엄마와 만나자 마자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가끔씩 뒤를 돌아보면 행인들에 가려 안보일 지경이었다. 찾아서 손목을 붙들고 가다보면 어느새 뒤쳐지고....
가까스로 영화는 보았지만....
영화의 내용과 더불어, 참으로 많은 생각과 복잡한 기분이 들던 날이었다.
엄마는 영화를 아주 감동적으로 보았다고 한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밥상차려놓고 계속 먹으라고 하는 외할머니를 떠올리기도 했다. 특히 켄터키치킨 대신 백숙을 내오는 장면에서는 나와 같이 입맛을 다시기도....(그게바루 나이든 단장들이 여름 연수때마다 노래하는 토종닭이자나...)
비록 다리 아프게 걸어왔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