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림지.그리고 변화

2001. 5. 2. 오후 3:34:48

글자
가끔 장거리 운행으로 영월에 있는 예하 연대를 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원주에서 영월을 가려면 충북 제천을 통과해서 가야한다.
며칠전 그곳에 부대 훈련 지원으로 유조차를 끌고 갔던 적이 있다.
계속 되는 작업과 운행으로 훈련이 끝났을때는 몸이 녹초가 되어 있었고 부대 복귀를
위해 원주로 되돌아오는것 조차 힘이 들었다.
그때 옆에 타고간 간부가 제천에서 쉬었다 가자고 했고 나역시 반갑게 동의했다. 마땅히
쉬어갈 휴게소가 없어 제천 부근을 해메다가 의림지라는 곳에 들어갔다.
이름은 많이 들어본곳인데 도무지 기억이 나질않았다.
주차를 시킨후 안내판을 보자 국사시간에 배운게 생각이 났다. 백제시대 만들어진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최초의 저수지였을거다.
당시 백제인들이 가뭄을 피해 농사를 짓기 위한 방법으로...즉 자신들의 죽고 사는
문제가 달린 문제로 몇년에 걸쳐 땅을 파고 물길을 내고 물을 대어 만들어 놓은 매우
유서 깊은 장소라 하겠다.

 

안내판을 보고난 후, 주위를 둘러보았다. 의림지 옆에는 엄정화 아버지가 운영한다는
삼류 놀이기구들이 삐그덕 대며 돌아가고 있었고 한쪽에선 서로 부둥켜 안고 키스를 하는
연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삥뜯을만한 사람을 찾는듯 주위를 두리번대는 동네
양아치와 금방이라도 가라앉을듯한 모터 보트를 타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장사꾼의
모습도 보였다.

 

 
한때 백제인들의 가뭄을 해소시켜주는 고마운 존재였던 이곳이 시간이 흐르면서 양반들이
술이나 마시고 기생이나 끼고 노는곳으로, 그리고 지금은 동네 양아치와 장사꾼들이
득실거리는 귀찮은 존재로 전락해버렸다.
댐이라는 현대 과학에 자리를 내주고 이제는 단지 구경꺼리조차 되지 못해 단속으로
경찰들의 애를 먹이는 의림지.
 

 

시간이 지나면 모든것은 변하게 마련이다. 아니, 변해야만 한다. 하루하루 발전해가는
요즘엔 더욱 절실한 단어가 변화라는 단어일것이다.
군이라는 곳은 더욱 그렇다. 사회의 변화를 사회에 속해 있는 사람들보다 더욱 절실하게
느낄수 있는 곳이 군대다. 그리고 사회 밖에서 흘러가는 시간에 따라 군인 개개인도
변해간다. 나역시 마찬가지로 입대전과는 많이 변한 느낌이다. 성격도 그렇고, 또
생각하는것도...웃음도 많이 잃어버렸고...
끝없이 추락한 의림지의 위상을 보면서 저렇게 변화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하긴....의림지가 백제시대때 가졌던 위상정도도 못가져 봤으니 그런말한 처지는
안되겠지만...
암튼 시간의 흐름과 정지. 그리고 변화를 요즘 몸서리게 느끼고 있다.
흘러가는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건 더없이 고맙지만 정지되어 있는 시간이 흘러가는건
한없이 야속하기만 하다.

 

 

 

 

 

제길...그날 의림지 들렸다가 늦어서 쫌 밟았더니...실은 옆에 지나가는 다른 부대 차하고 레이스를 뛰었는데 무인 카메라에 찍혔었나보다. 수송관이 휴가나가는 나를 붙잡고 한마디하더라. "징계위원회갈래? 말년휴가 3일 짜를래?"

그래서 내가 말했다..."휴가 끝나고 유격 A,B조 다 뛰겠습니다..."

난 남들 일년에 한번뛰는 유격, 난 두번 뛴다...제길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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