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사] 어른

2001. 1. 9. 오후 7: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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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군대에서 직속상관에 해당하는 수도회의 어른을 ’장상’이라 부른다. 얼마 전 내가 속한 예수회 한국지구의  최고장상(Regional Superior)이 새로운 분으로 바뀌었다.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신학원장으로 계시던 채신부님이 새로운 최고장상이 되신 것이다. 선출 발표가 나오자 채신부님은 사방에서 축하메세지를 받으셨다.그 축전들 내용은 대부분 두가지를 담고 있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장상이 되신 것에 대한 축하와 또 한가지는 최고장상으로 겪을 힘듦을 미리 걱정하고 위로하는 내용이더라는 것이다. 그만큼 그 자리가 쉽지만은 않는 자리임을 알려주는 것이리라.

 

 

 

어느 조직이든지 정당한 귄위에 대한 "순명"은 필요하지만 특히 예수회는 순명을 특히나 강조하는 수도회이다. 그래서 예수회원들을 가리켜 ’명령이 내려지길 기다리며 언제 어느 곳으로든지 출발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다’는 뜻으로 "한쪽 발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순명의 원천을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지상 최고 대리자인 교황님께 명을 받고 따른다 하여 예수회원들은 특별히 청빈, 정결, 순명 서원 이외에 "장엄서원"이라는 것을 한다.  ’교황님께 대한 절대순명 서원’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분위기를 띠고있는 예수회 내에서 최고 장상이 된다는 것은 그 권위가 남다르다 할 수 있다.

 

 

 

나는 수도회 내에서 장상에 의해서 내려지는 명령이 항상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은 분명히 아니라 생각한다. 설사 그것이 부당하게 느껴지다 하더라도 죄가 되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해 못할 명령들 앞에서 나의 판단과 충돌하는 경우가 있고 그럴 때 그 명령은 아주 큰 도전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때로는 나보다 나이 어린 후배의 명령을 받아야 하며 모자라 보이는 사람의 명령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비단 장상이 내린 명령과 대면할 때만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만남과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느님과 맺는 관계가 결국 장상과 맺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순명해야하는 명령은 사랑이 담긴 명령이어야 할 것이다. 오늘 하느님께서 우리가 알아듣지 못할 어처구니없는 것을 나에게 초대하신다면 나는 어떻게 응답할까? 그저 "예"라고 대답할까? 사리에 맞춰서 하나하나 따져볼까? 아니면 더 좋은 대안을 보여드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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