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임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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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맛있는 음식을 굳이 찾아다니면서까지 먹지는 않습니다. 한 끼를 대충 때우는 식으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언제나 과식을 후회하는 남편을 말없이 반성하게 만들곤 합니다. 그런 아내가 넓은 주차장까지 갖춘 중화요리집 앞을 지날 때마다 꼭 저 집에 가서 자장면을 한번 먹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 할망구라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그런 집에 가려면 먼저 옷을 잘 차려 입고 적어도 대여섯 명이 함께 가서 코스 요리라도 시켜 먹어야 체면이 서는 것이고 달랑 둘이서 후줄근한 차림으로 자장면만 시켜먹고 나오면 뒤통수가 근질거리는 거라며 입을 막아버렸습니다.
며칠 후 시내에 나갔다가 큰 선심을 쓰듯 백화점 식당에 있는 자장면을 먹으러 가자고 식당으로 갔지만 5팀이나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집에 가서 간단히 한 끼 때우자고 했더니 "당신이 너무 배고프지 않으면 그 중화요리집에 가요"라고 말했습니다.
'아니 자장면 한 그릇 먹자고 한 시간이나 시장기를 참으며 거기를 가잔 말인가?'싶었지만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사랑이니 이 순간 하느님의 뜻은 자장면을 먹는 것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이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이 하잘것없는 부부에게 자장면을 먹으라고 당부하신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거룩한 자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사랑이니 우리 부부가 먹은 것은 거룩한 자장면
정중한 대접을 받으며 정갈한 식탁에서 자장면을 먹었습니다. 아내는 큰 소원이라도 푼 듯 행복해했습니다. 아내는 식사를 할 때 한 젓갈, 한 숟갈 천천히 정성들여 먹지만 저는 단숨에 후다닥 먹어 치운다는 것을 기억했고 오늘만큼은 아내와 같은 속도로 천천히 먹어서 먼저 먹고 기다리는 남편을 위해 꾸역꾸역 남은 것을 먹지 않도록 해주어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온 정성을 들여 최대한 천천히 양파 한 조각까지 맛을 음미해가며 먹었지만 젓가락을 내려놓고 보니 아직도 아내는 다 먹지 못했습니다. '또 실패했구나!'싶었지만 "여보! 정말 맛이 다르긴 다르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즐기며 먹어요"라며 안심을 시켜주었습니다. 아내는 "역시, 정말로 맛이 다르지?"라고 되물으며 정말 맛있다고 기뻐했습니다.
며칠 후 아내는 자기는 과일 중에 감을 제일 좋아한다고 귀띔해주었습니다. 평생 남편이 사과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내가 자기는 감을 좋아한다는 것을 결혼한 지 삼십삼 년이나 지나서야 귀띔을 해준 것은 이제야 남편의 사랑을 신뢰하기 시작했다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많이, 많이 미안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그날 거룩한 자장면을 먹었고 서로 사랑하기 위한 순간을 살았습니다. 우리 부부 중에 한 사람이 먼저 천국에 가고 나면 남은 사람은 그 중화요리집 앞을 지날 때마다 아름답고 거룩한 추억의 자장면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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