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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르포/필리핀 빈민촌 나보타스를 찾아서 (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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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기쁨과 희망을 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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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벽돌로 얼기설기 만든 집들이 모여 있는 빈민촌. 게딱지처럼 붙어 있는 집들은 간격이 너무 좁아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다. 구멍 뚫린 나무지붕 사이로 들어오는 한 조각 빛이 골목에 고인 썩은 물 위로 떨어진다. 견디기 힘든 악취와 쉴 새 없이 달려드는 파리떼 속에서 부러질 듯 가녀린 팔을 들어 밥을 먹는 아이들.
도시 인구 23만 명 중 절반 이상 가정이 하루 100페소(약 2600원) 이하의 생활비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의 도시 필리핀 나보타스(NAVOTAS). 김홍락(가난한 그리스도의 종 공동체 설립자, 필리핀 칼로칸교구 빈민사목 협력사제) 신부는 아무런 희망도 없는 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전하고자 이곳을 찾은 이방인이다. 빈민촌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먹고 생활하며 사제의 길을 걷고 있는 김 신부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빈민촌의 성탄 김홍락 신부가 12일 필리핀 루손 섬 중부에 있는 빈곤의 도시 나보타스에서도 가장 가난한 14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비르고 드라이브(VIRGO DRIVE) 마을 성탄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마을을 방문했다. 차비가 없어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현지 사제마저 찾지 않는 빈민촌이기에 주민들에게는 올 들어 처음 봉헌하는 미사이자 때 이른 성탄 미사가 됐다. 차에서 내리는 김 신부에게 매달리는 아이들. 빈민사도직 체험을 위해 11월부터 이곳에서 생활하는 인보성체수도회 수녀들이 준비한 알록달록 풍선과 색종이로 만든 성탄 장식이 아이들 눈에는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골목 안 공소에는 신자들이 점점 늘어난다. 공소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닭과 제대 밑을 어슬렁거리는 개와 고양이들이 아기 예수가 태어난 마구간을 연상시켰다. 김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가진 것이 없어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 노력하면 언젠가는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주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웠다. 신자들과 주님의 기도를 노래하던 김 신부 목소리가 잠시 끊어졌다. 애써 눈물을 참는 모습이 역력하다. 새까만 손을 고이 모은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김 신부를 바라봤다. 김 신부는 "너무나도 가난한 이들에게 아버지의 나라는 어떤 의미일까?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오늘도 일용한 양식을 주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사가 끝나자 김 신부가 미리 이곳 대표에게 돈을 줘 마련한 음식이 나오고 빈민촌에 조촐한 성탄 파티가 열렸다. 한국 돈으로 9만 원이면 400여 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식을 준비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양껏 먹을 수 있는 첫 날이자 마지막 날, 손으로 필리핀 국수를 한 입 가득 넣는 아이들 얼굴에 행복이 가득하다. 아이들 옆에서 함께 국수를 먹는 김 신부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이방인 신부 김 신부와 나보타스 빈민들의 인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리핀에 유학을 온 김 신부는 우연한 기회에 빈민촌을 방문했고, 이들과 함께 살 것을 결심했다. 너무나도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에 교회마저 외면하는 상황을 보지 않았으면 모를까, 본 이상 차마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필리핀에서 사제라는 존재는 하느님의 대리자와 같은 의미다. 부자들은 사제가 신학생일 때부터 평생을 후원하며 사제에게 자신의 복을 빌어달라고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사제가, 그것도 이방인 사제가 빈민촌에 들어와 살 때 주민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거북한 존재였고, 한국에서 큰 죄를 짓고 귀양살이하러 온 신부라는 소문마저 돌았다. 그래도 주민과 만남을 이어갔고, 식사 때가 되면 밥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먹는 보잘 것 없는 음식을 하늘 같은 사제에게 내줄 신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깨진 플라스틱 접시에 담겨 나온 한 줌의 밥과 작은 생선 한 마리. 김 신부는 악취나는 골목 모퉁이에 앉아 주민들의 놀라워하는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깨끗이 접시를 비웠다. 이방인 사제와 주민들의 거리감은 사라졌다. 사목방문을 갈 때마다 너도나도 김 신부를 부르며 식사를 청했다. 나보타스 빈민운동의 시작 쉴 새 없이 음식을 먹는 아이들 가운데 하나인 일린(6살)의 얼굴에 식은땀이 흐른다. 심한 감기몸살에 음식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는 모양이다. "여기 아이들은 감기를 오래 앓으면 폐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에 갈 돈이 없어 결국은 생을 마감하죠." 얼마나 가슴 아픈 죽음을 많이 봤을까, 김 신부 표정이 어두워진다. 김 신부는 "다쳐도 아파도 병원에 갈 돈이 없어 죽는 사람이 많아 의료조합 설립이 시급하다"면서 "빈민촌 사람들을 설득해 내년에는 꼭 조합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2008년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기쁨,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이라는 구호 아래 나보타스 지역 빈민을 돕는 필리핀 현지법인 '기쁨과 희망'(Pampa galak Catholic Mission, cafe. daum.net/joyandhope)을 설립했다. 기쁨과 희망은 후원자들 지원을 받아 경제적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한 이들을 위한 초ㆍ중ㆍ고 정규 과정과 문맹 중장년을 위한 야학, 빈민자녀 장학금 전달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김 신부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 이 땅에 온 것이 우리에게는 희망"이라며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한 방법으로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지 않으면 결코 이 가난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확신에서다. 성탄 미사가 끝나고 사무실이 있는 공소로 돌아가는 길, 언제인지 모를 만큼 오랜만에 미사를 봉헌하고 배불리 먹으며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한 아이들이 차가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아기 예수가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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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르포)필리핀 빈민촌 나보타스를 찾아서...
2010. 12. 25. 오후 10: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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