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 / 변 수산나.
친구가, 오늘은 바람이 불어서 싫다고 했다.
나는 부드럽게 얼굴을 스치고 살랑살랑 머리결이 휘날리게 하는 봄 바람이 좋다,
눈길 닿는 곳 마다. 꽃들이 반긴다.
귀여운 하얀 마가렛 꽃과 팽랭이 꽃, 나비같이 하늘거리는 펜지꽃들
그리고 가끔 성당가는 길에 만나는 눈부신 햇살아래에서 빛나는 청보라 붓꽃.
야산에서만 볼 수 있었던 매발톱 꽃이 길목에 서서 기다리고 있어서 더욱 반갑던 아침,
하얀 방망이 모양의 싸리꽃들이 어린시절을 그려주어서 더욱 정겹던 봄날,
성당 성모님 앞에 출현한 양귀비를 꼭 닮은 꽃귀비의 화사함에 매혹되어 시선을 뺏기고 말았다.
늘 키 작은 앉은뱅이 제비꽃이, 좋다고, 노란 민들레 꽃이 예쁘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꿈 많던 소녀 적에, 야생화를 보면서, ‘창조주의 솜씨가 오묘하지 않느냐!' 면서 하느님의
능력을 일깨워 주시던 아버지의 음성이 귓전에서 맴돈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있는 화창한 어느 봄날에 만났던 그 귀한 바람이
삼십여년이 되도록 한결 같이 찾아와주는 오랜 친구 같은 봄바람이다.
메모 : 나는 봄을 좋아한다. 물론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좋아한다.
그렇지만 새 생명이 움트는 봄은 생동감이 넘쳐나,
내게 힘을 안겨주어서 더욱 좋다.
장엄한 봄의 향연이 펼쳐지는 대자연의 숨결을 실감할 수 있는 봄이어서 참 좋다.
해마다. 부활절을 맞이하는 봄의 바람도 나의 신앙의 바람과 같으다.
그것은 새 생명의 시작과 새 샘영이 주는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봄과 부활절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선사해주시는 분명한 선물이기에
더욱 복된 봄날일 수밖에 없다.
하느님께서는 항상 내게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오시어 당신의 존재를 일깨워주신다.
나를 사랑하시는 분이 바로 주님이시고, 내가 사랑하는 분이 바로 주님이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