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 그래서 걱정됐구나?"

2011. 4. 22. 오전 10: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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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그래서 걱정됐구나?"
[비폭력대화 연습-2]
 
2011년 04월 19일 (화) 14:20:04 서기호 giho11@scourt.go.kr
 

이번 코너에서는 연인, 부부사이에서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사례로 소개한다. 아래의 사례는 <폭력대화에서 비폭력대화로>라는 책에 수록된 것이다. 이 책은 200쪽 분량으로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비폭력대화의 핵심을 잘 정리해 놓았다.
(
http://www.yes24.com/24/goods/4143000?scode=032&OzSrank=3) < 책소개

여 : 좀 천천히 운전해, 사고 나겠어.
남 : 뭐야 날 못믿는 거야? 내가 운전경력이 얼만데...
여 : 그러게 좀 일찍 출발했어야지, 맨날 꾸물대다 허둥지둥 운전하게 되잖아.
남 : 또 잔소리네. 그럼 니가 대신 운전하든가.
여 : 하여간 그 고집은 알아줘야 돼, 속도 좀 줄이면 될 걸 갖고.

같은 상황에서, 아래와 같이 대화를 해보면 어떠한가? 비폭력대화에서 권하는, 느낌과 욕구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여 : 지금의 속도가 좀 빠른 거 같아서, 불안한데.
남 : 사고라도 날까봐 걱정돼서 그러는 구나.
여 : 안전하게 편안한 마음으로 가고 싶거든, 경치 구경도 여유롭게 하고 말이야.
남: 편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가고 싶은 거구나.
여 : 바로 그거야.

그런데 이처럼 느낌과 욕구를 표현하는 게, 실제 일상생활에서는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내가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촛점을 맞추기보다는, 상대에 대한 지적, 비난, 상대에게 바라는 것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비폭력대화 1단계 교육과정과 연습모임에서는, 이러한 느낌과 욕구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찾아보고, 표현할 수 있게 한다.

아래의 사례는, 필자가 2010년 3-4월에 1단계교육을 마친 후, 6월경 연습모임때 사례로 제시했던 것이다. 어렸을 때의 경험상 사교육이라는게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을 경험했고, 아내와의 평소 대화를 통해 사교육의 폐해를 공감하고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아내는 친하게 지내는 동네 아주머니들로부터 '그래도 --는 시키는게 좋을텐데, 나중에 따라가기 힘들다던데' 이런 말들을 듣고 오는 날이면 가끔씩 사교육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마다 '왜 사교육을 해서는 안되는지' 설명하고, 반복되고 되풀이되는 말을 하느라 좀 짜증이 났었다.

그러던 어느날 출근 준비중이던 아침에, 아내가 '큰애 친구들이 원어민 수업한다는데, 우리도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때 나는 순간적으로 화가나서 "뭐? 또 시작이구만..."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다가 감정싸움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 사례가 제시되자, 연습모임 진행자와 참석자 8명 정도가 그 당시의 나의 욕구가 무엇일지 추측하여 제시해주었다. 처음에는 막연히 '소통' '이해' 등의 욕구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주관을 가짐' '일관성'의 욕구낱말이 확 와닿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뻣뻣했던 어깨가 가벼워지고, 긴장이 풀리는 느낌, 뭔가 답답했던 것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을 느꼈다. 첨에 굳어있던 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 나는 평소 주관이 강한 편이어서 '주관을 갖고싶다'는 욕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왔기에, 의외였다. 연습모임 진행자의 설명으로는 욕구라는 것이 '평소에 일반적으로 갖고 있다, 부족하다, 없다' 등의 문제가 아니고, 단지 '특정한 그 때 그 상황에서, 특정한 그 사람에게 필요했던 것인지'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이 연습모임이 끝난 이후 지금까지, 아내로부터 사교육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들을 때, 화를 내지 않으면서, 아내의 '걱정스럽고 불안한' 느낌과 '아이의 삶에 기여하고 싶은' 욕구를 헤아려줄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아내 역시 나의 의견을 더 잘 들어주게 되었다.

특히 그전에는 아내가 걱정된다고 할때, '쓸데없이 걱정하네'라면서 걱정스러운 느낌 자체를 무시하는 편이었다. 그러다보면, 아내는 오히려 더 걱정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하지만 때로는 '아 ~ 그래서 걱정됐구나?'라며 느낌만 헤아려주어도, 아내의 걱정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서기호/ 서울 북부 지방법원 판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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