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

2010. 4. 22. 오후 3:26:31

글자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

 

강릉 변두리에 있는 한 양로원에 교우들과 함께 다녀왔다.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이 기거하는 방과 복도를 깨끗이 청소한 뒤 젊은 양로원 원장과 마주 앉아 대화하다가 한 노인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다.

78세 된 노인인데, 여름이나 겨울이나 날만 새면 빗자루를 들고 양로원 마당으로 나가서 빗질을 한다는 것이다.

“한번은 무더운 여름날 뙤약볕 아래에서 몇 시간 동안 빗질을 하다가 쓰러지셨어요. 그래서 빗자루를 빼앗고 못하게 했더니 그날 오후에 어디론가 사라지셨더라고요. 짚이는 데가 있어서 그 노인이 살았던 연곡에 있는 집으로 가 보니, 옛 주인집 마당에서 빗질을 하고 있지 뭐에요.”

이 노인은 평생 남의 집 머슴으로 살았는데, 노인이 양로원에서 혹은 옛 주인집을 찾아가서 빗질을 하는 것은 아직도 자기 자신을 머슴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젊은 양로원 원장은 이야기했다.

어찌 이 가련한 노인뿐이랴.

지금 그대도 그대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 훗날 남의 집 마당이나 빗질하는 머슴이 된다.

(고진하, ‘1분의 지혜’ 중에서)

옮긴 글
 

댓글 2

  • 2010년 4월 22일 오후 11:24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10년 4월 28일 오후 3:54

    왠지 저는 다른 각도로 생각하고 싶네요. 그 노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하셨던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소명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어떤 직분을 넘어서 스스로 승화 시킨다면 그 신분이 머슴일지언정 자신의 깊은 곳에서 받아들이면서 최선을 다해 맡은 일에 충실한다면 그것이 귀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요즘 엠비시 드라마에 나오는 동이나 장 옥정이 처럼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