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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본당은 교적 상 신자 수가 3백명 가량 되는 아담한 본당입니다. 안동교구의 여러 본당에 비하면 매우 큰 본당입니다.
지난 해 가을 저희 성당에서는 지역주민들을 초대하여 국화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지역 내의 초등학교 사물놀이패를 초대하여 어른들에게 흥겨운 우리가락도 들려주었습니다. 전시회에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꼬마들이 성당 마당에서 즐겁게 뛰놀았습니다. 시골에도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습니다. 가족이 함께 와서 국화 앞에서 사진을 찍는가 하면, 동네의 어르신들 중에는 세상에 이런 국화들도 있느냐고 신기하게 보시며 몇 차례씩이나 성당을 찾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일주일 동안의 국화 전시회는 그야말로 동네잔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게 신부가 왜 국화를 키우느냐고 물었습니다. 심지어 시골본당에서 밥 먹고 할 일이 없으니 국화나 키운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화를 키우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일여 년 전, 제가 이곳에 부임하자 많은 분들이 격려와 인사차 저를 찾아 왔습니다. 이곳성당을 찾기 위해 지역 주민들에게 성당이 어디냐고 물어보았으나 많은 경우 성당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하더랍니다. 제가 사는 곳은 그렇게 크지 않은 시골입니다. 그런데도 주민가운데 성당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성당이 주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이 곳 사람들에게 성당을 알리는 방법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사목자가 지역의 가난한 분들, 외로운 분들, 고달프게 사는 분들과 삶의 애환을 나누는 것이 그 본래 임무임을 모르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국화 전시회’를 통해 지역 사람들을 만나고 성당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신부가 국화를 키웠습니다.
국화를 키울 때 신자가 아닌 동네 사람들도 관심을 갖고 일을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저도 틈나는 대로 품앗이를 하였습니다. 혼자서 밥을 해먹다 보니 밥맛이 없는데 점심을 함께 일하는 분들과 먹으니 밥맛도 좋습니다. 땀을 흘리면서 노동의 소중함을 알고, 서로 도우면서 사람은 함께 사는 존재라는 것을 차츰 실감하게 됩니다. 농사라면 농사인 국화를 기르면서 ‘농부이신 하느님’(요한15,2) 마음을 조금씩 배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허리를 자주 굽혀 흙(humus)을 만지면서 겸손(humititas)을 몸으로 익히고 싶습니다. 함께 일했던 분들 중에 두 분이 신자가 되겠다고 현재 교리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일 년 동안 흘린 땀에 비해 큰 수확을 얻은 기분입니다.
요즘도 틈나는 대로 국화 밭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올 가을 국화 전시회 때에 만날 사람들이 누구일까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
-전승규 신부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10월의 최다 신청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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