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호(2009.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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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 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 <내 삶에 빛이 되어준 이웃>
이 년 전, 나는 남대문 시장에 있는 한 액세서리점에서
일년 넘게 점원으로 일했다.
새벽부터 힘들게 일하면서도 고되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그건 사랑 많은 주인 아주머니와 아저씨 덕분이었다.
첫인상이 썩 좋은 주인 아주머니를 뵈었을 때
나는 '저분의 남편은 얼마나 멋진 분일까' 하고 상상했다.
그러나 그분의 남편을 뵌 순간 너무 놀라서 하루 종일 멍해 있었다.
키가 유난히 작은 '난쟁이' 였기 때문이다.
의아해 하는 나에게 아주머니께서는 겉모습 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깨우쳐 주시며 옛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여덟 살의 나이 차이가 나는 두 분은
고향인 강릉에서 이웃으로 지내던 사이였다.
아저씨는 유난히 영특하셨지만 외모 때문에 더 이상 꿈을
펼 수 없게 되자 비관하여 자살을 기도하셨다.
아주머니는 그런 아저씨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가족들의 극심한 반대로
결국 두 분은 집을 나와서 결혼식도 못 올리고 신혼살림을 시작하셨단다.
그런데 계획에도 없던 아이가 덜컥 생기고 보니
남편을 닮은 아이를 낳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랑의 결실인 아들이 태어났을 때
그분들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뒤 우려하던 일들이 일어나
아이는 두 번씩이나 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했다.
커서는 말을 많이 더듬어서 정상적인 학교 생활도 힘들었다.
그러나 사랑으로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에 이르렀다며
평온한 미소를 짓는 아주머니를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제 열아홉 살인 그 아이는 키가 크고 얼굴도 잘생긴,
누가 보아도 듬직한 청년이 되었다.
지금 제빵학교에 다니며 빵 굽는 기술을 배우고 있는 그 아들은
두 분에게 큰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아저씨 또한 어렵게 운전면허를 따서 아주머니 일을 돕고 계신다.
아직 집도 없는 두 분은 어려운 이웃을 보고 모른 척하며
지나지 않는 그야말로 사랑으로 하나 된 분들이다.
결혼한 지 몇십 년이 흐른 지금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변함 없는 그분들의 삶은 내 가슴속에서 항상 빛이 되어 주고 있다.
* <무서운 출생의 비밀>
먼 옛날에...
“엄마, 나 어디서 낳았어?
“부처님이 점지해 주셨단다”
옛날에...
“엄마, 나 어디서 낳았어?
“다리 밑에서”
요즘에...
“엄마, 나 어디서 낳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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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운 받아 낳았어”
"사람의 얼굴은
유전적으로 타고나기도 하지만
살아가는 도중에
자신의 성격대로
자신의 이미지대로
변해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내 얼굴의 변천사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마치 매일 가는 산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면
그 풍경이 바뀌듯 얼굴도 나이에 따라서
그 풍경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굴은 그 사람의 역사이며
살아가는 현장이며
그 사람의 풍경인 것이다(최인호, 산중일기)."
이틀 전이 입춘이었습니다.
날씨도
봄기운이 저 멀리서나마 밀려오는지
많이 포근해진 듯 합니다.
물론 몇 차례의 꽃샘추위가 오겠지만
그래도 파아란 싹을 기다리며
우리 마음에도 새싹이 피어나길 희망해봅니다.
♬ 봄이 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