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을 거슬러 (2/19)

2005. 2. 19. 오전 11:46:31

글자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여라’고 하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만 너희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아들이 될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주시고 옳은 사람에게나 옳지 못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주신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또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를 한다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마태 5,43­-48)

본성을 거슬러

어제에 이어 오늘 복음도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는 말씀입니다. 용서와 마찬가지로 너무 어려운 말씀입니다. 내 본성을 거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네 원수를 사랑하라.” 당신 스스로 실천하는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주십니다. 이 말씀을 내 문제로 받아들이라고 하십니다.

분명 저는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고 하느님을 닮도록 창조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끊임없이 이웃을 용서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하느님 사랑을 드러낼 은총을 이미 받은 사람입니다. 하느님을 닮아가며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고사하고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한 이런저런 결심이 벌써부터 무너지고 있습니다. 다 지킬 수 있다고, 다 지키겠노라 큰소리쳤는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자신감은 무너져 갑니다. 이런 저에게 “원수를 사랑하라”고, 너도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하십니다.

완전함이란 단어에서 쉽게 알 수 있듯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매번 철저하게 용서를 하는 저를 바라시는 것이라면 저는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곤 하지만 주님 역시 매번 말씀하십니다. “너는 할 수 있다.”

사순시기는 제가 얼마나 의지가 약한 사람인지 알게 합니다. 그리고 그 약한 의지로 혼자서 해보겠다고 애써 봐야 남는 것은 자신에 대한 실망뿐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내 의지로 뭔가를 할 때 무너지기만 하는 저이기 때문입니다. 그분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저를 봅니다. 그래서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함께해 주실 때 비로소 제가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제가 해보려고 하기보다는 주님께 내어드릴 때 제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 당신을 찾습니다. 그것은 제 의지를 꺾고 당신께 의지하는 사람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당신이 원하시는 것은 사실은 나의 실패, 실망이 아니라 당신이 필요없는 사람이 되지 않는 것임을. / 강희수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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