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대세에 대하여
앞 시간에 배운 것처럼 세례를 받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갖추어야 될 조건들이, 예를 들면 기본적인 교리 지식이라든지, 받으려고 하는 지향, 회개의 자세, 신앙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자 하는 요건들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요구되고, 정상적인 경우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위급한 경우에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이 구원받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교회는 하느님의 뜻을 따라 위급한 경우에는 성직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누구나 세례를 베풀 수 있게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예식을 대세라고 하는데, 이 대세는 세례성사를 대신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간략한 세례식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대세를 받더라도 성사가 주는 은총이 부족하게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 대세는 어린이들이 받는 어린이 대세와 죽을 위험 중에 있는 병자가 받는 임종 대세가 있습니다.
대세를 받는 조건은 먼저 그 받는 사람이 죽을 위험 중에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만약 그 사람이 건강이 회복될 시에는 정상적으로 교리교육을 받겠다는 약속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행했던 생활양식을 버리면서 죄와 마귀와 미신을 끊어 버리고 그리스도께 돌아서겠다는 진지한 표시를 보여야 합니다. 또한 대세를 받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의 윤리에 위배되는 상태에 있지 않다고 판단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조건이 갖추어지도록 가능하다면 세례의 시간을 조금씩 늦추면서 될 수 있는 대로 교리를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데 가끔씩 대세 받는 사람들을 보면 아무 준비도 없이 받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될 수 있으면 대세를 주는 분들이나 환자를 둔 신자 가정에서는 위의 사항을 염두에 두시고 미리 준비를 하신다면 좀더 합당한 상태에서 대세를 베풀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대세자가 알아야 할 기본적인 교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이 세상 모든 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이 계시다는 천주존재와,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 인류를 구원하셨다는 강생구속, 그리고 하느님은 삼위일체이시라는 것, 또 그러한 하느님은 착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시고 악한 사람에게는 벌을 주신다는 상선 벌악의 기본적인 교리를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세를 주는 사람은 대세자에게 이러한 교리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는 틈틈이 교리공부를 하셔야겠고, 대세를 주실 때 환자의 여건과 시간이 좀더 허락이 된다면 위의 4가지 교리 외에 성호경과 7성사, 그 중 세례성사를 가르쳐 주시고, 또 우리가 통회할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용서하신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도 우리가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드리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대세를 베풀기 전에 반드시 확인할 사항이 있는데, 먼저 환자에게 진정한 통회의 마음이 있는가와, 대세를 받고자 하는 사람이 진정 이 세례를 받음으로써 구원받기를 원하는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이 대세는 아무나 신자가 아니라도 베풀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대세는 먼저 수도자, 그리고 회장님들, 반장, 레지오 마리애 단원, 그리고 고령자 순으로 대세를 베풀어야 합니다. 허나 위급할 때는 위의 순서가 아니라 하더라도 또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도 대세를 베풀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대세를 베푸는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대세를 베풀기 전에 십자고상과 초 그리고 물(순수한 자연수), 대부모, 증인, 세례명, 대세 문서를 준비하시는데, 위급한 경우에는 십자고상과 초, 증인 없이 할 수 있고 대세자의 세례명을 정할 때는 가족 중에 같은 세례명이 없도록 신경을 쓰셔야 하고, 대세문서는 될 수 있으면 대세 전에 작성하고 대세 후에 즉시 본당에 제출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대세를 베풀 사람은 먼저 환자의 집에 도착하면 병자의 가족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환자에게 가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위에서 말씀드린 대세 받는 조건을 판단한 다음, 대세를 베풀어도 되겠다는 판단이 서면 필요한 교리를 요약 설명해 주고, 준비물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합니다. 그 다음 병자의 곁으로 가족들과 대부나 대모, 그리고 친척들과 신자들을 모아 놓고, 모인 사람들중 한두 사람을 증인으로 택한 다음 물로써 세례를 주면 되겠습니다. 대세를 주는 방법은 신자 수첩이나 레지오 마리애 수첩 등에 기록되어 있으니까 그것을 보면서 하시면 되겠으나 대세 주는 사람이 주의할 점은 세례 때의 말마디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즉, 첫번째 물을 부으며 '나는 성부와'하고, 두번째 물을 부으며 '성자와'하고, 세번째 물을 부으며 '성령의 이름으로' 누구누구에게 세례를 줍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만약 임종시나 죽음이 임박하여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시간이 없을 시에는 환자와의 응답이나 그 외의 다른 예식들은 모두 다 생략하고, 병자의 머리에 물을 부으면서 세례 예식의 말만 외우셔야 합니다.
그리고 환자가 이미 생사가 의심스러운 경우,(심장의 고동과 호흡이 중단된 후 20여분까지는 가능) 또 환자가 대세를 받겠다는 원의가 분명치 않은 경우에는 조건부 대세를 주는데, 이것을 주는 방법은 위의 정상적인 대세 방법에서 "만일 당신이 세례를 받을만 하면"이라는 조건의 말만 첨가하면 됩니다.
이렇게 대세를 베푼 후에는 대세 문서를 작성해서 성당 사무실에 제출해야 하고, 또 환자 옆에서 계속적인 기도를 해 줌으로써 환자가 죽음의 시련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죽음이 가까이 온 환자에게는 임종의 준비로써 성경(복음이나 시편)를 읽어드리고, 만약 환자가 사망한다면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장례를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면 성당에 나와 정상적인 교리를 배울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하고, 보례를 받도록 주선해야 합니다.
보례는 환자가 간략한 세례식인 대세를 받았기 때문에 예식을 보충해서 채우는 것을 말합니다. 이 보례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임종 대세자가 건강을 회복한 경우와 갈라진 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사람들인데, 성인인 경우에는 보례 후에 고해성사와 성체성사를 받아야 하고, 이로써 완전히 우리 교회의 일원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