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지 기자가 포콜라레 신부모임에 참석해 쓴 내용

2007. 3. 14. 오전 8:58:53

글자

사제 모임 탐방 - 포콜라레 사제 모임

        

그들 가운데 계신 예수님     


사랑으로 일치를 꿈꾸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어느 시인은 말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고. 그러나 오늘도 ‘버림받은 예수님’을 주제로 묵상을 하며 예수님을 향한 ‘일치’를 추구하는 포콜라레 사제들에게는 외로움이 한 치도 머물 구석이 없는 듯하다. 외로움을 느끼기보다는 외로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어떻게 위로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돕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각자의 본당에서 열심히 사목자로서의 삶을 살고, 또 함께 모여 마름 없는 영성의 샘을 추구하는 이들. 매주 속한 교구 차원에서도 소모임을 가지고 있지만, 이처럼 한 달에 한 번 만남으로 그동안의 생활에 혹시라도 부족해졌을 영성의 샘을 넘치도록 채우고, 서로를 가족이라 부르는 동료 사제들과의 우애를 돈독히 한다. 수원에서는 지하철을, 대전에서는 KTX를, 멀리 제주에서는 비행기를 타고 새벽같이 길을 나서는 것이다.

 이들의 모임 장소는 서울 서교동 주택가 빌라들 사이에 섞여 서있는 회색 건물, 활짝 열어 놓은 문이 사제들을 반긴다. 모임은 포콜라레 한국 남자 본부인 이곳에서 11시부터 시작하여 오전 묵상과 오후엔 영혼 나누기라는 생활 나눔으로 하루를 봉헌한다. 점심 식사 때에도 본당 사목과 청년 복음화를 위한 아이디어 등 여러 가지 의견들을 분주히 내놓으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일반적으로 격월로 서울대교구와 수원, 대전 등 수도권 인근의 사제들이 여기서, 같은 시간에 부산, 대구 등지의 사제들은 대구에서 모임을 갖는다. 그러나 다음 달에는 전국의 포콜라레 신부들이 함께 한다.


포콜라레 복음 정신

포콜라레 사제 모임은 복음을 새롭게 깨달으며, 말씀을 실천하며, 하나를 이루려는 포콜라레 운동의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이다. 이들은 12가지 영성을 깊이 살고자 한다.: 사랑이신 하느님, 하느님의 뜻, 형제에 대한 사랑, 예수님의 새 계명, 일치, 우리 가운데 계신 예수님, 십자가에 못 박히고 버림받으신 예수님, 생활 말씀, 예수 성체, 성모 마리아, 교회, 성령이 그것이다. 또한 영성의 생활 측면을 7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흔히 무지개 색으로 표현되는 이것은 빨강: 경제와 노동(가난의 정신), 주황: 사도직, 노랑: 기도 생활, 초록: 육신과 자연생활(운동, 수면, 건강관리 등), 파랑: 조화와 환경(주거 공간, 복장 등), 남색: 지혜와 학문, 보라: 일치와 홍보 수단(서로간의 연락 등)이다. 영성을 사는 데 이 일곱 측면의 조화가 중요하며 무슨 일을 하든지 삶 속에서 이를 지키려 각자 노력을 한다.


버림받으신 예수님을 묵상하며

해마다 12가지 영성 가운데 하나가 그 해의 묵상 주제가 된다. 2006년 올해는 ‘십자가에 못 박히고 버림받으신 예수님’이다. “예수님의 고통 안에 온 인류의 고통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고뇌에 빠져있다면, 고독하다면, 메마름을 느낀다면, 실망하고 있다면, 실패를 느낀다면, 무력함을 느낀다면, 그는 그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지표대로 버림받은 누군가를 사랑하고자 매일의 삶을 계획한다. 어떨 때는 버림받은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 될 때도 있다. 그럴 때도 짜증이나 화를 냄으로써 응대하기보다는 모임을 통해 위로를 받고 다시 사랑하러 나갈 원동력을 얻어간다.

 오늘의 영혼 나누기 주제 또한 ‘버림받은 예수님’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다. 여기 그날 모임에 참석하였던 신부들의 고해하듯 이루어진 단상을 소개한다. 


사제품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보좌로서 어려운 점이 참 많습니다. 먼저 사제관이 무척 추운데요. 원래 방의 용도가 아닌 창고의 용도였던 곳을 보좌 신부 방으로 용도 변경하면서 벽 부근의 단열재가 좀 덜 들어간 모양입니다. 언제나 방과 거실의 온도 차이가 5도 가량 되고, 자고 일어나면 몸이 아프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도 힘들었지만 이것이 제 주어진 여건이고 제가 ‘버림받은 예수님’을 체험하는 장이라고 생각하니,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학에서 돌아온 이후로 6년 만에 처음으로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였지요. 380명의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모니터 요원이라고 그날의 예비군 훈련 받는 것을 평가하는 사람 두 명을 뽑더군요. 아무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어, ‘오늘 구체적으로 사랑하여야 할 대상이 바로 교관들과 훈련병들이다.’라고 생각하며 지원했습니다. 열심히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불교 신자인 대대장이 제가 천주교 사제인 걸 알더니 기도를 청하더군요. 군복을 입고 함께 훈련을 받는, 신자도 있겠지만 신자 아닌 훈련병들이 더 많을 어색한 상황에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각자의 종교를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강복하고, 오늘의 안전과 각자의 청원을 위해 기도해주겠다고 하면서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다가 아니더군요. 모니터링 하는 동안, 그간 힘들었던 상황과 반복되는 훈련 생활에 지친 교관들이 삼사십 분씩 상담을 청하는 것을 온종일 들어주어야 했습니다. 그날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종교 종파를 떠나서 하나가 되는 것이 이런 것이라는 것을 느끼며 기쁘고 보람 있던 체험이었습니다.

- 정우석 신부(대전교구 궁동본당)


 사제 생활한 지 십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예전에 ‘다시 태어나도 사제의 길을 가겠다.’는 분들을 보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으나, 속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다른 생을 살아야지 무슨 소리냐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제 생활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깨달으며 저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나오더군요. 요즘 들어 막내 동생이 나이 30이 넘어 갑자기 신학교에 가고 싶다는 얘기를 꺼냅니다. 마침 제가 교구청에서 성소국을 맡고 있는지라 여러 가지 정책이나 성소 증진 프로그램 등을 많이 알고 있는 데다, 동생이 사제된다는 기쁨에 빨리빨리 무언가 참여할 것을 재촉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다른 사람을 통해 동생이 여전히 고민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지요. 동생이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나하는 깊은 심중을 헤아릴 겨를 없이 피상적으로 사제성소 증진이라는 도구적 개념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닌지 저를 반성했습니다. 지금은 ‘버림받은 또 다른 예수님’인 동생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노력하며 구체적인 사랑을 실천하자는 생각으로 대화를 하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이 주변의 사람들에게 관대한 마음으로 어려움을 함께하며 도움이 되어주자는 다짐을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문창우 신부(제주교구 교육국장)



 우리 본당에서는 지난 2월에 전입 교우의 날 행사를 가졌지요. 전입 교우들도 버림받은 예수님의 얼굴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이 행사를 기획했는데, 열심히 준비하여 전날 리허설도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흡족하지는 않았고 총회장이나 사무장의 일처리 등 짜임새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시 생각해보니 부활하신 예수님만 생각하고 그 때의 환희의 감동만을 중요시하느라고, 부활을 준비하는 과정, 곧 그 힘들고 지치고 버림받은 예수님의 모습은 안중에도 없는 나 자신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뜻으로 준비했지만 의도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과정을 중요시해야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제게 긍정적인 면을 많이 바라보게 한 행사였습니다. 전입 교우들도 너무나 기뻐했고요.

 어제는 저녁 미사 뒤에 청년 포럼을 가졌습니다. 이제껏 나에게 청년들은 사목에 있어서 뒷전이었던 ‘버림받은 예수님’이었지요. 청년 포럼이라는 아이디어는 2005년 연말에 다른 지역 포콜라레 모임에서 기획하여 잘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다음에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제가 십분 정도 주제 발표를 하고, 그 뒤에 자유 토론을 가졌는데요. 의외로 반응이 굉장히 좋았고 참여하는 청년들의 토의도 제법 진지했습니다. 첫 주제는 ‘혼전 성관계’에 관한 것이었는데 자신들의 의견을 참으로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꺼내놓더군요. 다음 달에는 수녀님께서 주제 발표를 하기로 했고, 앞으로는 청년들에게 맡겨 다달이 개최할 예정입니다. 

- 이의정 신부(대전교구 판암동 본당)


올해 본당 청소년 신앙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 일단 기도부터 하자 마음먹고 날마다 묵주기도를 바쳤습니다. 그러던 것이 사순시기 들어서면서는 십자가의 길을 하고 있는데, 아마 신부된 이래로 가장 많은 십자가의 길을 바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꾸어 생각하면 이게 다 교우들, 특히 청소년들 덕분이 아닌가 싶지요.

 그런 한편 신자들 때문에 불편하고 마음 상하는 일도 있습니다. 지난 주일 미사 때, 주례하던 미사가 다 끝나도록 고해소에서 보좌 신부가 주던 고해성사가 끝나지 않고 있었지요. 그런데 한 신자가 다가오더니 남편이 30분이나 고해성사를 보고 있다며, 그만 불러달라고 내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참 기가 막히더군요. 고해성사하고 있는 사람을 불러달라니. 이렇게 요즘 신자들은 성당에서도 자신이 조금만 불편해지면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런 교우들을 보면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데, 다시 돌아가서 또 화가 나는 일이 생기더라도 이렇게 모임에 와서 얘기를 풀어놓으면 좀 편안해지는군요.

 - 배영섭 신부(수원교구 과천 본당)


은퇴를 하고 났더니 영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너무 좋습니다. 나를 위해서, 내 영적인 성장을 위해서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일을 도와주시는 분이 너무 좋은 분이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으며 묵주 기도 20단씩 날마다 함께 바치며 기도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야 정말 사제 생활을 하는구나 생각할 정도입니다. 임종 때 버림받으신 예수님과 이렇게 일치를 이루면 되는구나 생각하며 임종 준비도 잘 하고 있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엊그제는 『그물』지에 나온 여섯 살짜리 어린이들이 순간순간 예수님을 만나며 살고 있는 글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지요. 친구와 빵을 나누어 먹는 아이의 천진한 나눔의 모습, 언니의 병을 위해 기도하는 아름다운 작은 모습을 보며 기도란 정말 이것이구나. 기도가 사랑의 실천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도가 아니구나 느낍니다. 습관적으로 바치는 미사, 성무일도, 영성체를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되며 실천을 다시금 다짐하게 되지요.

- 영택 신부


형제의 성화를 도우며 나의 영성도 고취되는 삶

은퇴 사제의 은퇴 뒤 생활 이야기에, 요양 중인 사제의 병상일지 이야기에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며 열심히 경청하는 보좌 신부의 해맑은 얼굴에서, 식사를 한 뒤 기쁘게 설거지를 맡는 신부의 얼굴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길을 즐거이 떠나는 원로 신부의 얼굴에서, 기쁘게 만나 서로의 등을 기대는 참된 형제애를 읽는다.

 “그들 가운데 계신 예수님”(마태오 18:20)께서 그들의 생활을 인도해 주시는 것을 믿으면서, 서로서로 복음을 산 경험들을 나누고, 그들의 프로그램을 논의하며, 충고를 요청하거나 또는 해 주는 이들, 보통 포콜라레 사제들은 영적인 가족을 이루는 사제 공동체를 실현하고자 공동생활하는 것을 지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단 두 분만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으며, 대개는 교구 사제로서 소명에 충실하며 이처럼 잦은 연락과 만남의 친교를 나누는 것으로 대신한다.

 또한 그들을 중심으로 한 ‘새본당 운동’이 본당 신자들의 영성을 고취하기 위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자신의 성소에 따라 생활화한 영성으로 일치와 충만한 복음적 교류를 추구한다. 사제가 지도하는 생활 말씀 그룹은 달마다 생활 말씀을 나눔으로써 복음을 살려고 노력하는 평신도 모임이다. 어느 솔선자 신부는 생활 말씀을 본당 벽에 붙여 놓고 굳이 모임에 참석하는 신자뿐 아니라 전 신자가 함께 나누도록 하는 등 본당 사목에 여러모로 접목시키고 있다. 교부학자이며 포이티어스의 주교인 힐라리우스가 말한 것처럼 “실천할 수 없는 하느님의 말씀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하신 모든 말씀은 실천으로 옮겨야 하는 필요성을 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규정인 것”입니다.(생활 말씀, 2006년 3월 호)


우리나라에는 1967년에 시작하여 벌써 40년 가까이 되는 역사를 지닌 포콜라레 사제 모임, 비록 모임에 속한 전체 사제들을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친교가 어떠하리라는 것이 능히 상상이 간다. 서로 간의 사랑과 일치를 실천함으로써 그리스도의 현존하시게 하는 것, 형제의 성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며 형제애를 진하게 느끼는 이들의 모습은 언제나 아름다운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날 참석자는 포콜라레 사제 모임의 회장인 정지웅 신부(수원교구 산본 본당), 문창우 신부(제주교구 교구청 교육국), 배영섭 신부(수원교구 과천 본당), 신문호 신부(서울대교구 불광동 본당), 심영택 신부(수원교구 은퇴), 안상철 신부(대전교구 논산 부창동 본당). 이의정 신부(대전교구 판암동 본당), 이종대 신부(대전교구 강경본당), 이종린 신부(대전교구 요양), 장영식 신부(대전교구 선화동 본당), 정우석 신부(대전교구 궁동 본당)였다.

글 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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