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내리면 옷을 한겹씩 껴입고 봄비가 내리면 옷을 한겹씩 벗는다든가요.
스산한 늦가을 바람이 불고 나뭇가지에 달려 있던 낙엽들이 다 떨어지면 ...내 마음은 벌써 춥다.
그녀의 이름은 데레사! 내 사랑하는 친구이다.
중풍으로 10년 넘게 몸을 가누지 못하는 87세 시아버지와 치매로 사람을 알아 보지못하는 82세 친정
어머니를 한 집에모시고 있다. 데레사도 지난 여름에 무릎 수술을 해서 걸음을 겨우 겨우 걷는다.
그 뿐 아니다.데레사는지금 척추뼈도 4개나 어긋나 있어 고통속에 있다.그래도 자기 몸을 돌볼수가 없다.
자기 건강을 돌보지 않아 골다공증도 심하다.그렇다고 수술 할수도 없는 형편이다.수술로 척추뼈를 고정
시켜 놓으면 거의 누워서 생활해야 하기때문에 양쪽 부모님은 어떻게 하는가.하루 이틀도 아니고....
형편이 넉넉지 못해 간병인을 부를 입장도 아니다.가족이 아무리 이해하고 도와줘도 고통은 본인 것이다.아픈
것은 누군가 대신 아파 줄 수가 없다.
데레사는 지금 우울증까지 앓는다.본인의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과 양쪽 부모님 병간호로 인한 중압감,
경제적 어려움....데레사 남편은 6남매의 넷째 아들이고 데레사는 5남매의 셋째 딸이다.
양쪽 집안의 복잡한 형제들의 여러가지 이유들과 사정이 있겠지만 한없이 착한 데레사 부부가
양쪽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 그녀의 착한 남편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중풍 앓는 아버지와 치매 걸린
장모님을 모시는게 보통 일인가.낯엔 회사일 하고 퇴근 후엔 힘든 아내 도와주어야지...
정말 신앙심 깊고 착한 부부이다.데레사가 아프기 전에는 본당 M.E 대표 부부를 할만큼 잉꼬 부부이기도하다.
그런 데레사의 하나뿐인 아들은 신학생이다.복학해서 지금은 고학년이다.
변함없는 하루하루의 고통 속에서 아들의 얼굴이라도 보고나면 위로가 될것 같은데...
지난 여름 방학에 집에 왔을때 따뜻한 밥 한그릇,편안한 잠자리 한번 챙겨 주지 못한게 마음에 걸렸다.
방학 내내 중풍 할아버지, 치매 외할머니,무릎수술로 걷지를 못해 엉덩이를 양손으로 밀고 다니는엄마의
모습을 보고 개학해서 학교로 돌아간 아들이 맘에 걸리고 너무 보고 싶었다.
큰 맘 먹고 외출 준비를하고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아픈 다리를 끌고 집에서 한참을 걸어서 버스타고
지하철 갈아타고 혜화역에 도착해 힘들게 힘들게 혜화로타리까지 걸어와 아들이 좋아하는 빵을 사려고
빵집에 왔는데 옛날에 있던 그 빵집이 없어지고 다른 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당황한 데레사는 다시 혜화역으로 거슬러 내려와 빵집을 찿아 헤멘후 빵을 사서 신학교 언덕을 힘겹게
올라가 면회실에 도착했다.혜화역에서 신학교 면회실까지 두시간 가까이 걸렸단다..
그렇게 힘들게 왔어도 아들을 만난다는 설레임으로 고통을 잠재웠다.얼마후 면회실에서 만난 아들의
첫마디 " 엄마 왜 왔어요!" 귀를 의심했다. 데레사는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또한번
" 왜,오셨어요. 오지 마세요." 엄마 손 한번 잡아 주지 않고 그 두마디 남기고 휭 하니 돌아서 가버리는
아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순간 머리속이 텅빈 느낌이었다.멍 하게 있다가 말없이 발걸음을 돌리는데
그때부터 눈물이 멎질 않았다.집에까지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나질않고 아들 주려고 산 빵이 그냥 손에
들려 집에까지 따라왔다. 방마다 누워서 데레사를 기다리는 노인들이 그렇게 미워 본적이 없었다.
아무리 울어도 울어도 눈물은 멎지를 않고 ...울면서 저녁기도 끝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대로 영원히 잠에서 깨어 나지 않았으면...'
그런데도 내일은 왔다. 청명한 가을 날씨, 아파트 베란다 창 아래로 은행잎들이 너무나 도도한 색깔로
가을을 자랑하고 있다. 데레사는 아들의 마음을 너무 잘안다. 아들도 울면서 돌아 갔다는것을...
그렇게 고통스럽게 아픈몸을 이끌고 찿아온 엄마가 불쌍하고 가련해서 가슴이 미어 지는데 무슨 말로
위로를 할 수 있겠는가! 아픈 몸으로 학교까지 힘겹게 찿아오는 수고로움 대신 그 시간 동안 만이라도
조금 쉬는게 훨씬 나을텐데 ....
데레사는 오늘은 아들이 고마워서 눈물이 또 난다. 아들이 어릴때 시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가는길, 시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우고 아들을 데리고 가는데 비가 내렸다. 비오는날 우산 들고 휠체어를 밀기가 너무 힘들어서 울면서 가는데 아들이 " 엄마, 울어? " " 아~니, 빗물이야." 그때 그 빗물이 오늘은
가을비가 되어서 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