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대는 배후가 없다

2004. 10. 31. 오후 3: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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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 갈대는 배후가 없다
      - 임 영 조 -
      청량한 가을볕에 피를 말린다 소슬한 바람으로 살을 말린다. 비천한 습지에 뿌리를 박고 푸른 날을 세우고 가슴 설레던 고뇌와 욕정과 분노에 떨던 젊은 날의 속된 꿈을 말린다 비로소 철이 들어 선문(禪門)에 들 듯 젖은 몸을 말리고 속을 비운다. 말리면 말린 만큼 편하고 비우면 비운 만큼 선명해지는 <홀가분한 존재의 가벼움> 성성한 백발이 더욱 빛나는 저 꼿꼿한 노후여! 갈대는 갈대가 배경일 뿐 배후가 없다, 다만 끼리끼리 시린 몸 기댄 채 집단으로 항거하다 따로따로 흩어질 반골의 동지가 있을 뿐 갈대는 갈 데도 없다. 그리하여 이 가을 볕으로 바람으로 피를 말린다 몸을 말린다 홀가분한 존재의 탈속(脫俗)을 위해.

    댓글 3

    • 2004년 10월 31일 오후 6:53

      그래요...... 인생 여정도 한낱 갈대라고 보아지네요. 시월의 마지막 밤도 깊어만 가구요......

    • 2004년 10월 31일 오후 8:07

      너무나도 좋으네요. 좋은글 나누는 맘도 고맙구요. 우리 자매들에게도 전해야지...

    • 2004년 11월 2일 오후 7:51

      아! 나도 세속의 때가 덕지덕지 묻은 내몸을 말려 날려 보내고 갈대의 속 처럼 홀가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