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을 빼앗기면 단식할 것이다. (루카 5,33-39)

2012. 9. 7. 오전 7:24:26

글자



 
<그들도 신랑을 빼앗기면 단식할 것이다.>+ 루카 5,33-39

그때에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이 33 예수님께 말하였다. “요한의 제자들은 자주 단식하며 기도를 하고 바리사이의 제자들도 그렇게 하는데, 당신의 제자들은 먹고 마시기만 하는군요.” 34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단식을 할 수야 없지 않으냐? 35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때에는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36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또 비유를 말씀하셨다. “아무도 새 옷에서 조각을 찢어 내어 헌 옷에 대고 꿰매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새 옷을 찢을 뿐만 아니라, 새 옷에서 찢어 낸 조각이 헌 옷에 어울리지도 않을 것이다. 37 또한 아무도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는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된다. 38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39 묵은 포도주를 마시던 사람은 새 포도주를 원하지 않는다. 사실 그런 사람은 ‘묵은 것이 좋다.’고 말한다.”


불을 위하여 등잔이 있다

반영억라파엘 감곡매괴 성모성당

새것과 헌 것은 충돌하게 마련입니다.
헌 것이 다 나쁜 것도 아니고 새것이 다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그것이 어떻게 쓰이느냐가 중요합니다. ‘등잔을 위하여 불이 있지 않고 불을 위하여 등잔이 필요한 이치’입니다.
단식은 슬픈 일이 있어서, 뜻이 있어서 합니다. 슬픈 일이 없는데, 오히려 기뻐해야 할 날에 단식을 하는 것은 그 의미를 잃어버립니다.
단식은 단순히 밥을 굶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묵은 것이 좋다 하더라도 새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는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아무도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는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루카5,37-38).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자신들의 전통과 아집, 지식 때문에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하신 말씀입니다.
과거의 경험과 지식에 안주하여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마치 내 것이 전부인양 생각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나이든 사람들이 쉽게 노여움을 타는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자신의 삶의 경륜과 지식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말에 동조하고 아첨하는 사람만 좋아하는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사목자들이 구교신자들이 많은 지역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그곳에는 성직자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남다르기도 하지만 아주 고집스런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어느 신부도 알고, 어느 수녀도 알고, 누구는 예전에 어떻게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다는 등 말도 많고 아는 것도 많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정작 본인은 새 영세자만도 못한 신심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틀 안에 갇혀서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의 경륜을 보아서는 모두를 품을 것 같은데 그 속이 밴댕이요, 좁쌀입니다.
우리는 새로워져야 합니다. 주님의 말씀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도 배려하면서 믿음의 쇄신을 이루어야 합니다.
성 아우구스띠노는 어머님께 말했습니다. “여인이여! 당신이 전에 부르던 아우구스띠노는 이미 죽었고, 지금의 나는 그리스도님과 함께 사는 아우구스띠노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해야 할 참 변화라는 것은 영적인 몸으로 변하는 것이고 그리스도님의 수난의 모습을 닮는 것이요, 영광으로 변하는 것입니다”(성 아타나시오).
새로운 가르침은 새로운 틀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모든 새로운 가르침은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는 가르침”입니다. 시련과 역경, 모든 혼돈 속에서 다시금 주님을 삶의 중심에 모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밥을 굶기 위한 단식을 하지 말고 근본을 회복하는 단식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들도 신랑을 빼앗기면 단식할 것이다.”

 

<신앙의 본질, 핵심, 알맹이는?>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예수님으로부터 밥 먹듯이 질타당하는 가장 큰 원인은 그들이 보여준 어리석은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신앙생활을 해나가면서 가장 중요한 종교의 본질, 핵심, 알맹이가 무엇인지 찾아나가는데 1차적인 관심을 두었어야 했는데, 그들은 외적이고, 부차적인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실체를 파악하는 일, 하느님을 만나는 일, 하느님 사랑 안에 푹 잠기는 일, 하느님의 뜻을 찾는 일,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일, 하느님의 모상은 인간을 사랑하는 일...사실 이런 것들이 신앙의 핵심이요 본질이 아닐까요?
그러나 그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외적인 것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기도를 할 때도 그랬습니다.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께로 나아가 하느님을 만나는 것은 뒷전이고 자신들이 규정해놓은 수많은 틀에 따라 정확하게 기도가 이루어지는지 여부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기도를 바치는데 있어 정성이나 마음, 하느님을 만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그저 입으로만, 그저 기도의 의무를 채우기 위해서만, 남에게 내가 이렇게 기도를 잘 바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형식적인 기도를 기계적으로 되풀이 해왔습니다.
그들이 행하는 단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단식이라는 것 좋은 것입니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의 하나인 식욕을 스스로 통제하여 보다 명료한 정신 상태로 하느님께 나아가겠다는 숭고한 행위입니다.
그러나 단식이 하느님께 나아가는데 있어서 필수 교과목은 절대 아닙니다. 자기 말해서 단식이 하느님을 만나는 데 있어 도움을 주는 방편 내지는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마치도 단식이 최고인양, 단식이 최종 목표인양 여기며 떠들썩하게 자신들이 행하는 단식을 자랑했고 목숨을 걸어왔습니다. 
이렇게 뭐가 뭔지 개념파악이 잘 안 되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향해 던지는 예수님의 말씀은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단식을 할 수야 없지 않으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때에는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예수님 당신이 이 세상에 머무시는 짧은 공생활 기간이 인류 역사상 가장 행복한 은총의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당신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성령의 강림으로 인해 은총의 역사는 앞으로도 지속되겠지만, 더 이상 예수님과 함께 했던 꿈같은 ‘허니문’의 순간은 다시 또 없을 것입니다. 단식은 그때 가서 하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외아들 주 예수님께서 이 땅에 머무시는 은총의 시간 동안은 더 이상 울며 애통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신앙의 선조들이 그토록 염원해왔던 지복직관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식도 그 기간 동안은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사실 기도도 필요 없었습니다. 그분 가까이 다가서는 일, 그분의 얼굴을 바라보는 일,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일, 그분과 함께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일이 기도였기 때문입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 기도와 단식, 하기는 참 많이 했습니다. 틈만 나면 기도하고 틈만 나면 단식했습니다. 서로 많이 하기 위해, 더 강도를 높이기 위해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을 거룩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의 기도와 단식에는 자신들만 있었지 하느님이 사라져버렸기에 전혀 거룩하지 않았습니다.
본래 거룩한 사람들은 절대로 거룩한 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단식을 자랑하지도 않습니다. 얼마나 기도를 많이 바치고 있는지 떠벌이지도 않습니다. 
거룩한 사람은 어떻게 하면 보다 깊이 하느님을 만날까, 어떻게 하면 하느님 뜨거운 사랑 안에 오래 오래 머무를까, 어떻게 하면 또 다른 하느님이신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웃들에게 사랑을 듬뿍듬뿍 안겨드릴까 고민합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매일말씀묵상

목록 전체보기 →
10월 2일 화요일 수호천사 기념일 - 마태 18,1-5.1012.10.02조회 48등불은 등경 위에 놓아 들어오는 이들이 빛을 보게 한다.(루카 8,16-18)12.09.24조회 44신랑을 빼앗기면 단식할 것이다. (루카 5,33-39)12.09.07조회 683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루카 5,1-11<12.09.06조회 576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루카 4,31-37)12.09.04조회 112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 마태오 25,1-13)12.08.30조회 1,229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 마르코 6,17-29)12.08.29조회 91먼저 잔 속을 깨끗이 하여라. (마태오 23,23-26)12.08.28조회 705불행하여라, 너희 눈먼 인도자들아!(마태오 23,13-22)12.08.27조회 48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마태오 23,1-1212.08.25조회 478월 24일 금요일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 - 요한 1,45-5112.08.24조회 177혼인예복 (마태오 22,1-14)12.08.23조회 1,262낙타와 바늘구멍[ 마태오 복음 19,23-30]12.08.21조회 1,011너희 재산을 처분하라 (마태오 19,16-22)12.08.19조회 74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18,21-19,1)12.08.16조회 534[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일] 마태 18,1-5.10.12-1412.08.14조회 605어이없고 황당한 성전세(마태17장 22-27절)12.08.13조회 6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