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기도하지 않지요?"

2011. 8. 29. 오후 6:46:07

글자

"신부님, 기도하지 않지요?"  

 (김찬진 베드로 신부)



“너 신부면 다냐. 젊은 놈이 몇 년을 살았다고. 네가 뭘 알아•••?” 

어느 신자가 술을 드시고 그럽니다. 제가 못마땅했나 봅니다. 애써 웃어 넘겼지만 화가 났습니다.

며칠간 마음이 언짢았습니다.

어느 날 미사가 끝나고 잠깐 다니러 오신 아버지가 그러십니다. “신부님, 무슨 속상한 일 있지요?

 얼굴이 어두워요.

기도하지 않지요?” 작은 목소리가 천둥소리보다 더 크게 들립니다.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속상하고 얼굴이 어두운 건 그 신자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기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처음 신부 되어서는 아무리 술을 먹어도, 몸이 피곤해도, 마음이 상해도 기도를 거르지는 않았습니다.

하루에 한 시간을 비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소가 있었지요. 환한 얼굴이 있었습니다. 작고 가난하고 맑았습니다.

성내지 못하고 어지러운 것들에 물들지 않았지요. 그렇게 살아낼 힘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본당을 맡고 그 시간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럴 듯한 핑계를 대었습니다. 또는 내일로 미뤘습니다.

무언가 계획을 짜야 하고, 회의를 하고, 건물을 짓고••••. 그렇게 바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살아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신은 났지만 하느님은 잊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언가 허전해지기 시작했지요.

그리고는 문득 그분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얘야, 사제를 무어라고 생각하느냐? 사제는 단순히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 아니란다.

사제는 그 사람이 바로 메시지란다. 네가 사람들에게 거룩함으로 가는 길을 가리킬 때 사람들은

네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지 않는다. 그들이 먼저 보는 것은 바로 너란다.

내가 바라는 것은 더 좋은 계획도, 더 좋은 건물도, 더 나은 방법도, 지식도 아니다.

바로 더 거룩한 사제이다.

사람들은 네 존재를 통해서, 네 호흡 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로 나를 알아 본단다. 거룩한 사제가 되거라.

나한테 매달려서 내가 되어라. 이것이 전부이다. 이것이 내가 네게 맡긴 사명의 전부이다.”

그랬지요. 그분 앞에 앉아있기가 싫어서, 다른 데 마음을 쏟았어요.

끊임없이 일을 만들고, 계획하고, 추진하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힘든 것은 기도 자체가 아니라 기도 중에 만나는 하느님께서 우리 합리화의 껍질을 벗기고

 보호막을 부쉬버리며 당신을 보게 만든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지요. 주님은 땅이 아니라 하늘에 시선을 두게 합니다.

이해관계가 아니라 무상으로 자신을 나누어주라고 합니다.

시간이 아니라 영원을 쫓으라고 합니다. 쾌락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라고 합니다.

주인이 아니라 종이 되라고 합니다. 높은 이가 아니라 가장 보잘것없는 이가 되라고 합니다.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가운데 없는 사람을 택하라 합니다.

건강한 이와 병든 이 가운데 병든 이를 택하라 합니다. 끝자리는 어디까지나 끝자리라고 합니다.

"당신을 따르기로 한 이상 그럴 듯한 핑계는 필요 없다고 합니다."



다시 성당으로 들어가서 몇 시간을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 좋은 시간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다시 얼굴이 환해지고, 눈매가 선해지고, 마음이 맑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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