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남궁민
5월, 교회 달력으로는 성모성월이자 사회에서는 가정의 달에 가정에서의 성모님의 역할을 되새겨봅시다.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한 번 기도하고, 바다에 나가기 전에는 두 번 기도하고, 결혼하기 전에는 세 번 기도하라”는 말이 있지요.
혼인 생활이 전쟁터나 바다의 풍랑이상으로 힘든 것임을 이른 말일 것입니다. 결혼한 다음 자녀들이 생기면 더 힘들어집니다.
“하늘이 자식을 주신 것은 세상에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가 이해됩니다.자녀 앞에서는 끝없이 무너지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속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자식들은 모릅니다. 자녀들에게 아버지는 혼도 진도 다 빠지도록 돈 벌어 들이는 기계이고, 어머니는 자신의 삶은 없어진 채 가족들의 필요에만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현실이 바뀔 수는 없을까요?
신앙인은 삶의 뿌리를 하느님과의 관계에 두고,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느님처럼 바뀌어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신앙인의 삶의 목표는 자기 자신을 없애면서 상대 안에서 상대를 위해서 살아가는 삼위일체의 삶입니다. 하느님의 삶을 본받고 싶지만 쉽지 않지요.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그 삶의 모델로 나자렛 성가정을 우리에게 제시하십니다.
거기서 성모님은 어떻게 사셨나요? 무엇보다 먼저 어머니셨습니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라는 존재를 만들었다”라고 하지요.
한 가정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신처럼 중요하다는 이야기일겁니다. 성모님은 아들 예수님의 숨소리 하나까지 마음에 새기시며 그 곁을 지키신 어머니로 사셨습니다. 손수 요셉 성인과 예수님을 위해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셨을 것입니다. 가정을 따뜻하게 살피시느라 분주하신 우리 어머니 그대로이십니다.
성모님께서 예수님과 내내 함께 계시며 침묵 가운데 희생과 사랑의 삶을 사심으로써 성가정을 이끄실 수 있었던 근본은 무엇일까요?
그 근원은 성모님이 예수님의 잉태를 알렸을 때 응답하신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라는 말씀에 담겨 있습니다. 너무도 중요하고 큰 힘이기에 삼종기도 때마다 우리도 반복하지요. 한마디로 "받아들이는 삶"이 성모님의 삶의 뿌리였습니다. 성모님이 보여주신 받아들이는 삶의 모습이 집약된 신비가 우리가 매일 바치는 로사리오의 신비입니다.
환희의 신비에서는 1단에서 천사의 말씀을 받아들이심을 묵상하고, 2단에서 친척 엘리사벳의 고통을 함께 받아들이고, 3단에서는 해산의 진통과 더불어 아기 예수를 받아들이시고, 4단에서는 율법의 계명을 받아들여 아기 예수를 봉헌하고, 5단에서는 아들의 성장에 따르는 현실의 아픔을 받아들이십니다.
빛의 신비에서는 성모님이 받아들여 키우신 예수께서 세상을 받아들이시는 신비가 전해지지요. 세례를 받아들이시고, 가나 혼인잔치로 대표되는 인간의 희로애락 삶을 받아들이시고, 말씀과 행적으로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들고 가난한 모든 이를 받아들이시고, 거룩한 변모를 받아들이시고, 마지막 5단에서는 성체성사로 당신의 살과 피를 내어주실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십니다.
고통의 신비는 아들 예수와 더불어 성모님께서 함께 받아들이시는 고통으로 이루어졌지요.
1단에서는 피땀이 흐르는 고뇌를 받아들이시고, 2단에서는 육체적 고난인 채찍질을 받아들이시고, 3단에서는 정신적 모욕인 가시관을 받아들이시고, 4단에서는 이 모두가 공개되는 십자가를 받아들이시고, 5단에서는 고통의 극한인 십자가상의 죽음을 받아들이십니다.
그 곁에 서서 아들이 받아들이는 고통을 어쩌면 더 아프게 성모께서는 받아들이십니다.
로사리오의 마지막 신비는 성모님과 아들 예수님의 받아들이는 삶이 하늘에 받아들여지는 영광의 신비입니다. 1단에서 예수님의 부활로 십자가상의 수난과 죽으심이 아버지께 받아들여지고, 2단에서 승천으로 땅에 오신 예수님의 인간성이 신성으로 받아들여지고, 3단에서 성령강림으로 예수께서 계시지 않는 지상의 우리를 하느님의 영이 받아주십니다. 4단에서는 인간 가운데 제일 먼저 성모님께서 하늘에 오르시며 하느님께 받아들여지고, 마지막 5단에서 천상 모후의 관을 성모님이 받으심으로써 인간성이 신성에 받아들여집니다.
이처럼 로사리오의 신비는 성모님의 신비이자 인간 구원의 신비,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신비가 응축되어, 단순한 기도를 넘어서서 우리 삶이 하늘에 이르는 길을 전합니다.
지금 참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무엇입니까? 무심한 남편, 야속하기만 한 아내, 철없이 속 썩이는 아이들, 병든 부모, 불의한 사회 제도, 너무도 힘든 직장에서의 처지 등등 어렵지 않으신 분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모든 어려움을 없애달라고 빌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게 해 주시길 기도합시다.
지금 내게 주어진 시련을 그대로 다 받아들일 수는 없더라도, 거기 담긴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게 해 달라고 기도합시다.
아픔과 수난을 받아들이셨던 성모님께 의탁하고 우리 아픔을 봉헌합시다.
예수께서 우리의 어머니로 정해주신 성모님께서는 어머니이시기에 결코 우리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당신이 온 삶에서 하느님의 뜻을 받아 드리셨듯이, 우리 어려움을 받아들이시어 아버지에게 기도해 주실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