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1독서의 말씀으로 함께 들은 창세기 15장 6절은 사도 바오로께서도 무척 좋아하셨던 구절입니다: “아브라함이 하느님을 믿으니, 하느님께서 믿음을 의로움으로 인정해 주셨다”(로마 4,3). 사도 바오로에 의하면, 아브라함이 모든 신앙인의 시조이자 모범인 것은, 그가 선행을 많이 해서 공로를 아주 많이 쌓았기 때문이 아니라, 복과 은총을 내려줘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주실 수 있는 분은 오로지 자비의 하느님밖에 없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오직 하느님만이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를 구해주실 수 있는 분이심을 믿을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의로운 사람으로 인정해주시고 우리를 구원해주실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 복음 말씀을 천천히 읽어보면 우리 마음 안에 커다란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이 장래에 많은 고난을 겪고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부활할 것이며, 누구든지 당신의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라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루카 9,22-23 참조).
이런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은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뭔가 답답하고 착잡한, 뭔가 무겁고 혼란스러운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제자들을 데리고 예수님께서는 인적이 드문 산에 오르셔서 제자들과 함께 기도를 바치셨습니다. 그런데 기도는 믿음이 부족한 제자들에게 믿음을 채워주었습니다. 덕분에 예수님을 따라 사는 삶이 주는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또 영광스러운 천상의 모습으로 변모하신 예수님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체험도 하였습니다.
부활대축일을 준비하는 참회와 은총의 시기인 사순절은 우리가 평소보다 더욱 기도에 힘을 쏟아야 할 기간입니다. 그리고 기도 중에 특별히 부족한 우리 믿음을 채워달라는 청원을 주님께 드려야 할 때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청을 꼭 들어주셔서 우리 믿음도 의로움으로 인정해 주실 것입니다.
끝으로, 이런 의미로 이번 사순절 동안 함께 바쳤으면 좋겠다 싶은 기도를 한 수 소개해 드립니다:
주님, 저희에게 위로의 영을 선사하소서.
마음에 위안이 없이 메말라
영적인 어둠 속에 빠져 있을 때에도
우리는 주님을 충실하게 섬겨야 하고,
또 그렇게 충실하게 섬길 수 있음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께 청합니다.
저희에게 위로와 힘, 기쁨과 확신,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성장,
고귀한 봉사와 찬양의 영을,
또 침착함과 평화의 영을 주십시오.
아멘. (칼 라너 신부)
신희준 루도비코 신부
사제평생교육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