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연의 모습을 성찰할 수 있는 시기를 보내자 김연상신부
하루가 다르게 싸늘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미사를 하고, 식사를 하러 가면서 선배 신부님과 잠깐 얘기를 하였습니다. ‘이젠 가을이 없어지는 것 같아’라는 것이 그 짧은 대화의 결론이었습니다. 정말이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반팔 옷을 입고 다녔었는데, 이제는 긴팔 옷마저도 모자라 외투를 껴입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늘은 어김없이 가을 하늘인데, 전 겨울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겨울이라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전 ‘솔직함’이라는 단어가 생각납니다. 세상 만물이 본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때가 겨울이라고 생각됩니다. 푸르렀던 수풀은 자취를 감추고, 나무들 역시 벌거벗은 자신의 속살을 보여줄 때입니다. 기운이 넘쳐 활개치고 다니던 동물들도 추위를 피하여 스스로가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추위를 피하여 동굴로 숨어들기도 하고, 땅을 파서 겨울잠을 자기도 합니다. 이처럼 스스로가 어떤 존재인지를 실감하게 하는 때가 바로 겨울입니다.
교회는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11월을 위령성월로 보냅니다.
우리 모두가 맞이하게 될 분명한 현실인 ‘죽음’을 통하여 우리 스스로가 어떠한 존재인지를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한평생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기억하고, 그분들께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함으로써 인간 스스로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이며 얼마나 많은 기도를 필요로 하는 존재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입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겪게 될, 벌거벗겨지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인 ‘죽음’이라는 한 사건을 통하여 우리 본연의 모습을 바라보게 하기 위함입니다. ‘죽음’이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는 분명한 사실을 통해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라고 하는 때가 바로 이때인 듯싶습니다.
이를 통해 하루하루의 삶을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선물로 의미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대자연과 교회가 ‘솔직함’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이때, 우리 역시도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스스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살아갈 것인지 ‘솔직’하게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레지오 마리애는 ‘성모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을 본 모습으로 삼고 있습니다.
2000년 전 이스라엘에서가 아닌, 지금 이 세상 안에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성모님을 생각하며 ‘성모님께서는 지금 무엇을 원하실지? 어떠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시며, 어떠한 마음으로 사람들 곁에 함께 하실지?’에 대한 질문을 통하여 본 모습을 찾아가야 합니다.
즉 성모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성모님의 발걸음으로 세상을 향해 걸어가며, 성모님의 손길로 사람들을 어루만져 주는 것을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사명이요 본연의 모습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로써 이 세상 안에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솔직함’이라는 표현으로 상징될 수 있는 겨울을 준비하는 이 시간을 보내며 우리 모두가 본연의 모습을 성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나’와 ‘레지오 마리애’의 본연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그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들이 지향하고 있는 그 지향점을 향해 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이러한 성찰을 통해 진정 이 세상에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진정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활동할 수 있을 때, 우리들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도 흡족한 마음으로 우리들을 바라보실 것입니다.
우리들 본연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이 시기를 보내며, 우리들 각자에게 주어진, 그리고 우리 레지오 마리애에 주어진 사명을 다시 한 번 되짚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