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을 부탁해 이현수 베드로신부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시온 산에는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것으로 알려진 작은 경당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랍인들이 경당 입구에 앉아 그곳을 입장하는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입장료를 받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이지만 그곳에 들어가면 승천하신 예수님의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두 발자국을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제 눈으로 그 발자국을 보고 사진도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것이 정말 예수님의 발자국인가? 아닌가? 의심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예수님이 하늘로 올라가시면서 남기신 것이 단지 그 발자국이 새겨진 돌덩어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겨 주시며 부탁하셨을까요?
저는 요즘 베스트셀러 소설인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있습니다. 학교를 다니지 못해 글을 읽지 못하는 엄마는, 남편과 함께 서울 사는 아들네 집에 가려다 서울역 지하철에서 많은 사람에게 떠밀려 남편의 손을 놓치고 맙니다. 헐레벌떡 서울역에 아내를 찾으러 돌아온 남편은 아내를 찾지 못합니다. 소설은 이렇게 엄마를 잃어버린 사건을 시작으로 딸과 아들과 아버지 각각의 시점에서 엄마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엄마를 찾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딸은 엄마를 잃어버린 후에야 예전에 시골 엄마 집에 갔다가 머리가 아파 쓰러져 있던 엄마를 병원에서 제대로 검사받게 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합니다. 아들은 잃어버린 엄마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돌리며 이리저리 수소문 하다가 엄마를 닮은 사람을 보았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발등이 터져 고름이 밴 상처 난 발로, 아들이 예전에 일했던 곳에서 하루 종일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가 엄마를 닮았다는 사람들의 증언이 아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듭니다. 남편은 젊은 시절 바람이 나 집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받아 준 아내가 있던 빈집으로 돌아가 평소 하던 것처럼 ‘나 왔네’ 라고 혼잣말을 하며 아내의 빈자리를 그리워합니다.
가족들은 엄마를 잃어버린 후 엄마와의 기억을 떠올리고 가슴 아파하고 한탄하며, 이미 지나버린 시간 속 자신에게 ‘엄마를 부탁해’라는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심한 매질을 당해 살갗은 너덜해지고 피를 흘리며 골고타 언덕을 오르실 때를 떠올려 봅시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께서는 저 멀리서 더 이상 흘릴 눈물조차 없을 만큼 부은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성모님을 제자들에게 부탁합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19,27)라고 말입니다. 하늘로 오르시기 전에 부활하시어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40일 동안, 성경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예수님은 성모님의 모습을 멀리서나마 애틋한 눈빛으로 지켜보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예수님은 승천하시며 우리에게 예수님 부활의 증인이 되라는 사명과 더불어 또 다른 부탁을 하십니다. 그것을 바로 한 인간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예수님의 어머니라는 소명을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라고 응답으로 받아들이신 성모님을 우리에게 부탁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탁을 받은 우리들은 신경숙씨의 소설에 나온 엄마를 잃어버린 자녀와 남편이 자기 성찰의 시간을 맞이한 것처럼, 신성을 갖지 않은 한 인간이 하늘로 오르심이라는 영광을 누린 성모님의 숭고한 삶의 흔적은 찾아 나서야 합니다.
레지오 단원으로서 성모님의 삶의 자리를 따라가려는 노력을 게을리 할 때, 성모님은 어디선가 퉁퉁 부은 발과 해진 옷깃으로 여러분의 손을 놓친 것에 안타까워하시며 눈물을 흘리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니 예수님 부탁을 받은 우리들은 각자 자신만의 성모님을 찾기 위한 마음의 전단지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 마음의 전단지에 레지오 단원으로서 느끼고 체험했던 사랑의 성모님을 그려 보십시오.
그림이 완성되어 갈 때 그렇게 애타게 찾던 성모님과 손을 마주 잡게 될 것입니다.
그날을 위해 레지오 단원으로서 스스로에게 말해봅시다.
"성모님을 부탁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