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 우리 모두를 평화로이 쉬게 할 것입니다 김부민 신부
방글방글 웃고 있는 아기를 보고도 마음이 밝아지지 않으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하루가 궁금하지도 않고 전화도 기다려지지 않는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도 소리만 들릴 뿐 마음에 감동이 흐르지 않는다면 지금은 쉴 때입니다.
아침과 저녁이 같고, 맑은 날과 비 오는 날도 같고, 산이나 바다에서도 똑같은 느낌을 받는다면 지금은 쉴 때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해야 할 일 중에서 맨 뒤로 마루게 되는 일이 바로 쉬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 한 두 가지를 늘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신앙인이든 비신앙인이든 모두가 나름대로 할 일이 많습니다. 가정을 돌봐야 하고, 직장에서 일해야 하고, 이웃이라든지 친척·지인들과의 관계에서도 많은 일이, 해야 할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또 모든 사람이 바쁘게 움직이고 빠르게 움직입니다. 어쩌면 산다는 것은 바빠야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바쁘다고 하는 것은 무언가에 내가 열중해 있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무언가에 내가 열중해 있다는 것은 그것 이외에는 다른 것을 잘 볼 수 없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바쁘게 무언가에 열중한다는 것은 내가 이미 그것에 매여 있다는 말이며, 내가 그것에 집착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것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리에게 정말 소중한 걸 놓치고 잃게 되는 삶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힘겨운 우리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밥을 찾아 먹는 것보다 오히려 “따로 외딴 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6,31)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외딴 곳에서 쉬라는 말씀은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기도는 멀어졌던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가깝게 해 줄 뿐만 아니라, 그 관계를 항상 새롭게 변화시켜 줍니다. 바로 이러한 새로운 변화에 힘입어 예수님은 다시금 새롭게 사람들을 만나실 수 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 기도의 힘으로 예수님은 더욱 철저하게 사람들에 대해 사랑과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셨고, 하느님에 대해서도 온 정성을 다해 섬길 수 있게 되신 것입니다.
지금 짜증나고 남이 싫어지고 귀찮은 마음이 드신다면, 지금 우리 자신이 열심히 기도하고 있는지 살펴보셔야 합니다. 기도의 힘이 빠져있으면 이기적인 자신만 찾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기도로 쉬어야 합니다. 쉬지 않고 계속 일하는 사람치고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 못 봤습니다. 쉬지 못해 피로에 지친 사람은 미소로 남을 대할 수도 없고, 맑은 정신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도 없습니다. 기도는 하느님과 함께 쉬는 것입니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바쁘다 해도 기도하지 않고서는 모든 것이 나의 집착이요 욕심에 불과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 아버지를, 그리고 사람들을 걱정하고 함께 사랑해 주셨습니다
권투 경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본적이 있습니다.
권투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훈련 그리고 게임에서 이길 능력이겠지만, 그에게 더 중요한 것은 3분간의 경기가 끝나고 1분의 휴식 시간이 왔을 때 스툴(Stool)에 잠시 앉아 있는 것이라고 말이죠. 링 구석에 있는 작은 의자, 그것이 없다면 권투선수들은 15회까지 이어지는 게임을 감당할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링 구석에서 권투선수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작은 의자처럼 예수님은 우리의 치열한 삶 안에서 기도로 쉬라고 하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