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바라보니

2007. 12. 7. 오후 12:36:55

글자
도우베아짓, 터키, 2006

  아침마다 동남쪽 양양으로 해와 마주보며 출근합니다. 먼발치에서 설악의 봉우리들이 하야스름하게 변해있는 것이 아슴푸레하게 보이는 겁니다. 달라진 모습에 신선하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동남아 사람들은 신비한 흰 눈을 보려고 위도를 높여 거슬러 오기까지 한다니 기후가 만들어내는 일시적인 자연의 탈바꿈은 사람들의 가슴마다 어떤 동기를 부여하는 힘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작년에 38일간 터키와 시리아 두 나라를 홀로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시리아보다는 북쪽에 있는 터키가 우리 겨울과 비슷한 면을 보여주었습니다. 동부 끝자락에 있는 도시 '도우베아짓' 앞에는 커다란 아라라트산이 거대한 거인의 모습으로 버티고 서 있습니다. 큰 봉우리와 그보다 작은 봉우리로 이루어진 모습이 결코 작지않은 시가지를 압도합니다. 더욱이 흰눈으로 산과 도시가 뒤덮힌 모습을 언덕에서 보노라면, 차마 눈을 떼기 어려운 광경으로 기억합니다. 이 산은 바로 우리 성서(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가 실제로 발견된 곳으로 유명하지요. 지금은 활동하지 않는 사화산으로 생각합니다만 터키 동부는 나라없이 세 나라에 걸쳐 흩어져 사는 쿠르드족의 점유하는 지역입니다. 이 산에도 터키 정부에 대항하며 독립투쟁을 하는 쿠르드족 전사들이 게릴라 활동을 하며 진을 치고 있답니다. 마을을 막 벗어나는 경계에서 더 이상 아라라트산 쪽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더군요. 내가 있는 며칠 동안 산은 정상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이슬람 여성들이 베일로 몸을 가리듯 자신의 얼굴을 구름의 장막으로 뒤덮고 있더군요.  하지만 이 도시를 떠나기 전 날 오랜만에 하늘을 가르는 빛이 둥글고 드넓은 시가지에 비추며 입체감을 깊게할 즈음 시내 외곽에 위치한 터키군 부대에서 설치한 감시탑에 신경쓰며 도시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언덕에서 또다시 아라라트를 보며 잠시 기다림의 시간을 누렸습니다. 결국 아쉬움을 안고 터키 내륙 아나톨리아를 횡단하는 버스에 몸을 실어야 했습니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눈으로 덮혀있는 광경을 바라보며 하루를 버스에서 보냈습니다. 항상 손에는 흑백 필름이 들어있는 사진기를 부여잡고 있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미친듯이 눈보라가 몰아치고 검정색 옷을 입은 쿠르드인 남정네와 여인이 앞으로 쓸어질 듯 한걸음 두걸음 설원을 헤치고 나가는 영상이 눈에 밟힙니다.

댓글 2

  • 2007년 12월 7일 오후 4:32

    터기는 제가 가보고 싶은 지역중 하나입니다....부러워요... 성시형님!!! 형이 나오신후 우리성가대의 큰기둥이 세워진것 같아 기쁩니다. 앞으로도 좋은 활동 부탁드립니다..여행중 찍은 사진좀 가끔 올려주세요. 물론 설명도 같이...사진으로나마...가고싶은 맘을 달래게요

  • 2007년 12월 24일 오후 12:59

    마치 제가 터키 여행 한듯 생각들 정도로 묘사 훌륭하네요 작가님 못가 본 저희들 위한 다양한 소개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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