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는 1659년에
<증언판을 든 모세>를 그렸는데,
이 작품은 1백호 크기의 대작이다.
이 그림은 원래 더 크게 제작되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원작에서 나머지 부분은 잘려지고
오직 이 장면만 남아있다.
이 그림은 거의 단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화려한 색상은 물론이고 화면을 꾸미는 어떠한 장식이나
서사적 내용도 찾아볼 수 없다.
적갈색과 노란색을 번갈아 사용했을 뿐
화면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다.
모세는 울퉁불퉁한 시나이 산을 배경으로 두 개의 증언 판을 들고 있다.
앞에 있는 증언판에는 다섯 개의 계명이 히브리어로 적혀 있다.
그리고 나머지 다섯 개의 계명은 뒤에 있는 증언 판에 적혀 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칙칙한 분위기와는 달리
모세의 얼굴은 빛나고 있고,
얼굴에서 발산되는 빛이 두 팔과 수염과 머리카락으로 번지고 있다.
모세의 얼굴이 ‘빛나가 되었다’(탈출 34,29)는 히브리 표현을
예로니모 성인이 라틴어 불가타 성경으로 옮길 때
‘뿔이 난’(cornuta)으로 오역을 해서
화가들은 모세의 상징으로 모세의 머리에 뿔을 그렸고,
렘브란트는 솟아오른 머리카락으로 그 전통을 따랐다.
또 그는 모세의 빛나는 얼굴로 성경의 내용도 표현했다.
하지만 모세의 표정은 밝지 않다.
위로 솟은 눈썹과 촉촉한 눈망울,
굳게 다문 입술,
찌푸린 미간,
뿔처럼 솟아오른 머리카락은 그의 분노와 비애의 감정을 대변해준다.
그렇다면 이 장면은 성경의 어느 장면일까?
모세는 시나이 산에서 두 번 증언판을 가지고 내려온다.
첫 번째 증언판을 가지고 내려왔을 때에는
사람들이 춤추는 모습과 수송아지를 보자 화가 나서,
손에 들었던 돌 판들을 산 밑에 내던져 깨 버렸다.(탈출기 32,1-35)
모세의 표정과 몸짓을 보면 이 장면을 묘사한 것 같다.
두 번째 증언판을 가지고 산에서 내려올 때에는
모세의 손에 증언판 두 개가 들려 있었고,
그 얼굴의 살갗이 빛나고 있었다.(탈출기 34,29-35)
빛나는 얼굴과 두 개의 서판을 보면 이 장면을 묘사한 것 같다.
하지만 아마도 렘브란트는 두 사건을 하나의 장면으로 묘사했을지도 모른다.
마치 빛나는 얼굴과 모세의 뿔을 절묘하게 융합했듯이
모세의 표정과 몸짓, 얼굴의 광채와 증언판들을 교묘하게 통합하여
모세의 거룩한 분노를 함축적으로 묘사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모세는 우상숭배에 빠져 있는 우리를 향해 증언판을 던지고 있다.
모세의 행위는 하느님의 거룩한 분노이며,
동시에 하느님의 슬픈 사랑이다.
[출처] 증언판을 든 모세(1659) - 렘브란트|작성자 그림 읽어주는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