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간 성당은...?
빈 성당이었다.
주인이신 신부님을 어딜 가셨는지,
성당 안에도, 사무실에도, 피정의 집에도 어디에도 안 계신 것이었다.
이 성당은 신부님 혼자서 모든 일을 하고 계셨다.
(물론 신자들이 거의 모든 일을 하지만,
내 말은 파견되신 수녀님도, 사무실 직원도 없는 성당이란 뜻이다.)
그런데 뒤따라 들어오시던 아주머니들이 무척 반갑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우리에게 물었다.
"아가씨들은 어디서 왔어요?
"서울요!"
알고보니 그 분들은 이 성당 신자분이 아닌
우리처럼 서울, 가좌동에서 오신 분들이었던 것이다.
잠시 후 그 분들도 신부님을 찾는 것 같았지만,
이내 어떤 분이 신부님과 통화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것도 모르고 혜윤언니는
"신부님 전화가 안돼!!!"
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전화를 끊자마자 혜윤언니는 신부님과 통화를 하고...
신부님은 우리가 정선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혹시나 만날 수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휴가차 내려오신 다섯 분의 수녀님들과 함께 정선에 가 계셨던 것이었다.
신부님도, 우리도 너무나 안타까워했던 일이었다.
만났다면 그렇게 걷지도 않았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우선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으라는 신부님 말씀에
우리는 중간 방 하나를 차지하고는 들어가서 우선 짐부터 풀고 씻었다.
시간은 11시 30분경이였던 것 같다.
얼마나 일찍 일어나 돌아다녔던지 시간이 그것밖에 안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루 해가 길다는 것과, 잠으로 보내는 시간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던 날이었다.
아침을 너무 일찍 먹은 탓에 배가 고팠던 우리는
밥을 하기도 그렇고 해서,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가져간 반찬에 라면을 다 먹고 난 우리는 피로가 밀려 오면서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한 사람씩 긴 자세를 취하더니 곧 잠이 들어 버렸다.
모두들 한데 잠을 잔 때문일 것이다.
깨어보니 오후2시.
정신을 차리고 있다보니 밖에서 신부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고 다들 나가서 인사를 했다.
정선에서의 만남이 이루지지 않았음을 서로 안타까워하며 짧지 않은 인사를 나눈 후에
신부님께서는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셨다.
우리는 별다른 계획이 없이 성당에 왔기 때문에
"그냥저냥 놀다가 저녁먹고 이야기 좀 하려구요..."했다.
그러자 신부님은 저녁 미사는 순례자를 위한 미사로 하시겠다고...
우리와 가좌동 어른들께 미사에 오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우리는 내일이 주일이니까 특전미사로 드리면 좋겠다는 얕은 생각에 신부님께 여쭸다.
"특전미사지요?"
신부님께서는 의외로 본인이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하라는 말씀만 하셨다.
우리는 미사를 두 번이나 드리게 됐다면서 속으로 조금씩 툴툴거렸지만 그러기로 했다.
특별한 놀이없이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저녁을 준비하기로 했다.
어린이 미사가 있는 시간이었지만 방학이어서 미사는 없었다.
밥대신 김치전을 부쳐 먹기로 한 우리는 김치 썰랴, 밀가루 개랴 분주했는데
준비하는 도중에 7시 30분,미사시간이 되었다.
미사는 감동 그 자체였다.
우리들(객신자들)만을 위한 미사라는 것만으로도 감동이었지만
신부님께서 불어주신 섹스폰 소리에 모두 넋이 나갔고,
성당이 지어지기까지의 이야기에 마음이 따뜻해졌었다.
’이런 것이 시골 성당의 맛이구나...’하는 생각도 하면서.
솔직히 두 번이나 미사를 드리는 것이 싫었던 우리는
성당을 나오면서 반성을 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서 미리 준비해 두신 일리란 것도 깨달았다.
사실 성당에 오기까지 우리는 너무 힘든 일정으로 지친 데다가
계속되는 의견충돌로 마음도 적잖이 상해 있었던 것이었다.
다행히 성당에 도착한 후에는 좀 풀어졌지만.
그런데 미사를 마치고 나온 우리들의 마음이
여행을 떠날 때의 기쁜 설레임으로 모두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기적...이란 말...이럴 때 쓰는 것이라고 모두들 생각하지 않았을까...?
다시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마저 준비하는데
신부님께서 오시더니 저녁은 뭐 먹나 하시는 것이었다.
그러시면서 전을 부치려는 우리를 보시더니
그것으로 젊은 사람들 저녁이 되겠냐며 잠깐 따라오라셨다.
갔더니 신부님은 김치에 빵에 먹을 것을 잔뜩 주시며
모자르면 또 오라고 하시는 거였다.
참...드리지는 못할망정 받아먹다니...
쌀도 있고, 먹을 것 많이 싸왔는데.. 없어서 그러나보다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어쨌든 우리는 김치전을 부쳐서 신부님께,
그리고 가좌동 어른들께 조금씩 드리고는 우리만의 저녁상을 차렸다.
부장님의 축일상도 겸해서...
....일곱번째 이야기도 있습니다.
